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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흐르는 한자]薦 新(천신)

입력 | 2002-09-17 18:59:00


薦 新(천신)

薦-바칠 천 耕-밭갈 경 敏-빠를 민

擬-빗댈 의 蔭-덮을 음 省-살필 성

우리나 중국이나 農耕民族(농경민족)으로 살아온 만큼 하늘과 땅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각별하다. 여기에다 人智(인지)가 깨이지 않았으므로 그 감정의 범위나 깊이는 宗敎(종교)를 능가할 정도였다. 일례로 日氣(일기)의 변화에 敏感(민감)하였으므로 하늘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하늘’ 같이 섬겼으며, 그 하늘의 造化(조화) 아래서 穀食(곡식)을 성장시켜주는 땅에 대해서도 하늘 못지 않았는데 마치 母胎(모태)에서 느낄 수 있는 평안함과 敬虔(경건)함으로 대하였다.

그런데 이들 造化는 모두 특정 主宰者(주재자)에 의한 것으로 여겼으므로 철저하게 擬人化(의인화)시켜 섬겼다는 특징도 있다. 그 중에서도 하늘을 主管(주관)하는 天神(천신)을 가장 중요한 主宰者로 여겼는데 중국 北京의 天壇(천단)이나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圓丘壇(원구단)은 그를 제사지낸 곳이다. 또 양국 공히 穀食神과 土地神을 設定하여 社稷이라 하고 매년 일정한 날에 제사를 지냈다.

그런데 孝心이 가득했던 우리 민족은 祖上(조상)에 대해서도 잊지 않았으니 祖上神이 그것이다. 샘 없는 물이 없고 뿌리 없는 나무가 없듯 내가 태어난 것도 다 祖上 때문이요 오늘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도 祖上의 蔭德(음덕) 때문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祖上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던 것이다.

우리 庶民(서민)들이 祖上의 蔭德에 감사하는 행사가 바로 薦新이었다. 그러니까 매년 가을 햇곡식, 햇과일을 수확했을 때 먼저 祖上에게 감사하고 바쳤던 儀式(의식)이었다. 고관대작들이야 寒食(한식) 端午(단오) 秋夕(추석) 冬至(동지) 이렇게 일년에 무려 4번에 걸쳐 바쳤지만 일반 庶民들은 그저 秋夕(추석)을 맞이해 떡이나 술과 함께 올렸다. 설이 일년이 시작되는 첫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면서 조상에게 바쳤던 儀式이라면 秋夕 차례는 한 해의 결실에 감사하고 그것을 바치는 儀式이었던 셈이다.

사실 薦新은 멀리 중국에서 비롯된 儀式으로 역대 왕조에서 중시되었다. 범국가적으로 행했던 宗廟(종묘)薦新이 있었는가 하면 한 가정에서 행했던 家廟薦新이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秋夕에 올리는 薦新은 일종의 家廟薦新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宗廟薦新은 高麗史(고려사)에 그 예가 보이니 벌써 근 천 년이 다 되어 간다. 그런데 우리는 薦新으로도 모자라 省墓(성묘)에다 伐草(벌초)까지 행하니 참으로 孝行이 두터운 민족이 아니겠는가.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