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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강미은/정보불안증

입력 | 2002-09-15 19:30:00


1987년 11월13일 ‘뉴욕타임스’는 엄청난 양의 신문을 발행했다. 미국 국방부 비밀보고서를모조리 게재한 그날 신문의 전체 면수는 1612쪽이었고 무게는 5.5㎏, 사용된 단어는 총 1200만개였다. 이 엄청난 정보를 다 소화해낸 독자가 그리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떤 분석에 의하면, 요즘 ‘뉴욕타임스’에 실리는 하루치 정보의 양이 17세기에 살던 보통 사람이 평생 동안 맞닥뜨린 정보의 양보다 많다고 한다.

▷우리 주위에 널려 있는 정보의 양을 생각해 보면 어지럽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책, 일간신문과 주간지 월간지, 수십개의 텔레비전 채널과 라디오, 눈만 돌리면 보이는 전광판과 벽보, 지하철에까지 설치된 스크린, 게다가 인터넷에 접속이라도 하면 그야말로 무한대로 펼쳐지는 정보의 바다 속에 빠진다. 예전에는 정보 자체가 희소가치를 지녔지만 이제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시간은 없고 따라잡아야 할 정보의 양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늘어나는 데서 오는 초조함을 ‘정보불안증(information anxiety)’이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보의 양보다 우리가 실제로 알고 있는 정보의 양이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보불안증이 생긴다. 한마디로 정보의 양에 압도당하는 것이다. “나의 지식은 증가하지만 내가 모르는 것은 그보다 더 빨리 늘어난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정보 폭발의 시대에는 ‘데이터 스모그(Data Smog)’라는 책 제목처럼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헤매게 되기 십상이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필요한 정보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알아내고, 덜 중요한 정보는 건너뛰는 것도 방법이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지식이 있다. 어떤 사항에 관해 무엇인가 알거나, 그것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아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사실 정보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인터넷 디렉토리 ‘야후’를 만든 제리 양은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야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어디로 가면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시대에는 사람들이 정보 그 자체 보다 ‘정보에 대한 정보’를 더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강미은 객원논설위원·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mkang@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