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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권기안/철도는 미래에도 교통수단의 중심

입력 | 2002-09-15 19:28:00


지난달 30일 남북경제협력추진위 회의에서 남북철도와 도로 연결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철도 창설 103주년 기념일인 18일에 남북이 각각 착공식을 갖기로 했단다. 몇해 전만 해도 철도가 사양길을 걷는다고 했는데 요즈음 그 역할의 중요성이 다시 인식되고 옛날처럼 대동맥의 구실을 하게 되는가 했더니 드디어 경의선 연결이 통일의 상징으로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철도는 여러 가지 점에서 좋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도시의 대중교통수단으로 지하철의 역할을 생각해 보자. 에너지 소모나 매연, 소음공해 측면에서 그리고 대량수송능력과 정시성(正時性)에서도 자동차보다 단연 우위에 있다. 일반철도도 마찬가지지만 곧 개통될 경부고속철도의 경우도 그 경제적 효과는 접어두고라도 우선 서울∼부산간을 2시간대에 주파할 수 있는 속도와 시간성을 우리에게 가져다 준다.

한편 주로 자동차에 의한 우리나라 교통 혼잡비용을 살펴보면 연평균 17.5%가 증가하여 2000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3.7%인 20조원에 이르렀다. 물류비도 12.8%인 66조7000억원으로 철도가 발달한 일본의 9.6%, 미국의 10.1%에 비해 크게 높아 경쟁력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뒤지고 있다. 이와 같이 엄청난 교통혼잡비용이나 물류비용을 감축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철도수송능력의 확충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한 철도는 기술개발측면에서도 다양한 분야에 공헌하고 있다. 철도는 시스템 엔지니어링이라 부를 만큼 각종 기술의 집합체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선로, 교량, 터널 등 건설분야, 차량, 기계 등 공업분야, 신호, 통신, 전력 등 전기전자분야는 물론 작게는 금속기술이나 유화학분야, 승차권 발매를 위한 전산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없는 분야가 없다. 이와 같이 철도는 종합기술과 산업의 선도역할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선진 각국에서 철도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지 않은가. 경부고속철도의 개통과 함께 우리도 그 대열에 참여할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한가지 소개할 것은 요즈음 한일해저터널계획이 민간차원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며칠 전 대한토목학회에서 한일 터널전문가들의 연구발표회까지 갖게 되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현되기까지는 먼 장래의 일이라 생각되지만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유로터널처럼 어쩌면 쉽게 다가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남북철도가 연결되고 한반도종단철도(TKR), 중국횡단철도(TCR),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철도망이 구축된다면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동북아의 물류중심지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앞으로 교통수단의 중심에 설 철도가 그 형태야 지하철도이든 일반철도이든 경전철이나 고속철도이든 각각의 기능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철도인 스스로도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과 봉사로 국민 앞에 가까워지고, 국민은 격려의 채찍과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우리 모두의 철도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권기안 철도기술사회 고문·전 서울 철도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