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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어는 외롭다

입력 | 2002-09-15 18:54:00


중학교 1, 2학년 국어교과서의 맞춤법 및 띄어쓰기 오류가 1000건이 넘는다는 조사결과는 교육당국부터 국어를 경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망스러운 사례다. 교육당국은 편수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명색이 국정교과서가 무려 1000여건의 오류를 범하고 나서도 이를 인력이나 예산 탓으로 돌리는 것은 교육당국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우리말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대규모 오류가 있을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국어는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위기에 놓여 있다. 세계화 추세에 따라 영어 구사 능력이 강조되면서 국어는 상대적으로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있는 형편이다. TV의 우리 말 파괴는 심각한 수준이며 사이버공간에서의 국어 훼손은 세대간의 골 깊은 단절마저 야기하고 있다. 이대로 나가다가는 우리말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조차 힘들지만 앞으로 국어 파괴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국어를 살리려면 학교교육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바른 말 고운 글을 가르침으로써 우리말의 중심을 세워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번 일로 미뤄 볼 때 교육당국이 과연 국어의 위기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국어를 지키는 마지노선인 교육당국마저 국어를 소홀히 여긴다면 우리말 파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영어교육이 강조되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국어교육과는 별개의 문제다. 영어는 영어대로 익히더라도 우리말은 얼마든지 올바로 배우고 가꿀 수 있다. 국어를 제대로 아는 것은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국어를 모르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손상된 국어는 다시 살리기 어렵다.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지만 요즘 국어는 분명 지금껏 유지해 온 존재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국어 파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그 실마리는 국어교육에 대한 재점검을 통해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