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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출판문화단지-헤이리아트밸리 건축문화 새역사 쓴다

입력 | 2002-09-15 17:17:00

김영준의 (파주출판단지 공동주거 계획) 드로잉. 사진제공 문예진흥원


출판과 예술의 도시를 지향하는 경기 파주시 교하면 출판문화단지와 파주 탄현면 헤이리 아트 밸리에서 한국 건축의 새 역사가 쓰여지고 있다.

건축주와 건축가들이 의기투합해 건물 설계는 물론 도시의 구조와 환경 조성 등 건축의 전과정에 참여하는 한국 초유의 실험이 시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11월 3일까지 열리는 제8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출품작으로 출판단지와 헤이리 아트밸리 건축물 4점이 선정됐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선 10월 27일까지 ‘헤이리 아트 밸리 건축전’도 열리고 있다.

출판단지엔 국내 160여개 출판사와 인쇄소 건물과 출판 관련 건물이 들어서고 헤이리아트밸리엔 각종 박물관 미술관 음악당 극장 공연장 갤러리 서점 예술가스튜디오 등이 들어서게 된다.

왜 파주 출판문화단지와 헤이리 아트밸리인가.

건축가들이 건축의 전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에 우선 의의가 있다. 국내외 정상급 건축가 100여명이 참가하고 있다. 한국의 김석철 승효상 민현식 조성용 이일훈 우경국 서현, 미국의 스텐 알렌, 영국의 플로리엔 베이겔 등.

서현 한양대교수는 “지금까지 건축가는 건물만 설계하고 도시계획은 엔지니어들이 맡았다. 그 뒤는 개발논리에 맡겨져 인간과 문화와 자연이 하나되는 도시 공간으로 발전하기 어려웠다”며 “파주의 건축 프로젝트는 이런 문제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한국 건축사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건축주와 건축가가 한마음이 됐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이들은 스스로 문화도시 생태도시를 위한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준수하고 있다. 가이드 라인은 공유 면적을 50% 수준으로 높여 공동체 정신을 살리거나 건물 고도를 제한하는 것 등이다. 담을 치지 않고 길을 곡선으로 만들어 자동차의 속도를 시속 30km로 제한하며 간판은 최소한의 크기로 설치한다. 관계자들은 이를 ‘위대한 계약’이라 부른다. 건축물도 정상급 건축가들이 건물을 설계해 수준급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주출판단지엔 건축학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개선해야 할 점도 있다. 파주출판단지는 공동주차시설을 마련하지 못해 건물마다 주차장을 둠으로써 주차장 진입로로 인해 인도가 끊기고 건물의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