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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윤상호/불신 사는 국방부

입력 | 2002-09-11 18:42:00


최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차남 수연(秀淵)씨의 병적기록표 진위 문제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군 당국이 보인 태도에는 석연찮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민주당은 10일 수연씨가 56사단에 방위병으로 입소한 90년 1월에는 방위병 입소 사실이 없었다며 병적기록표 자체가 위조됐다고 주장했다. 국방부에 90년 1월 56사단의 방위병 소집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 논란은 기록만 확인하면 끝날 문제였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대답은 ‘명쾌’했다.
“12년 전 일이라 관련기록이 없다.”
일부 관계자들은 56사단에 당시 신병교육대가 있었는지조차 파악하기 힘들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서너 시간 뒤, 병무청이 당시 병적기록표의 마이크로필름을 통해 90년 1월에도 56사단에 방위병이 입소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제야 “90년 당시 신병교육대가 있긴 있었던 것 같다”고 답변을 번복했다. 그러나 “그 후 신교대가 없어지면서 관련기록도 폐기된 것 같다. 수연씨의 방위병 소집 여부는 파악이 안 된다”며 우물거렸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육군본부가 하루 전인 9일, 민주당의 자료제출 요구에 “56사단은 90년 1월에는 방위병 소집을 하지 않았고, 최초 소집 시기는 2월”이라고 답변한 사실이 밝혀졌다.
국방부는 육군본부에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고 발뺌하기에 급급했던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병무청과 육군본부 중 한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사실관계를 오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모순에 대해 국방부나 육군본부는 입을 다물었다. 육본측은 수차례의 전화통화에서 “모든 사항은 국방부와 협의했으니 그쪽에 알아보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정작 국방부는 “육본에서 연락받은 게 없다”며 무관함을 강조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공공연히 “대선이 코앞인 마당에 그게 최선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군이 ‘최선’이라고 한 어정쩡한 태도 때문에 군에 대한 신뢰는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다.
윤상호기자 정치부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