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여성계, 육아지원금 제도 “탁상행정” 반발

입력 | 2002-09-10 18:32:00


정부가 출산한 직장여성의 모성보호를 위해 마련한 육아휴직제도와 2003년부터 도입할 예정인 육아지원금(탁아수당)제도가 정작 당사자들인 노동계와 여성계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노동부는 2001년 11월부터 만 1세 미만 유아가 있는 근로자들이 1년 이내 육아휴직을 할 경우 매달 20만원씩을 고용보험에서 지원하는 유급 육아휴직제도를 시행했다. 전업주부가 아이를 낳았을 경우에는 남편이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

노동부는 올해 고용보험에서 확보한 육아휴직 급여재원은 357억원이었지만 8월 말 현재 육아휴직 급여를 신청한 근로자들은 모두 13억5200만원을 지급 받는데 그쳐 전체 재원의 3.8%만 지출됐다고 10일 밝혔다.

또 육아휴직 신청자 수는 올 8월 말 현재 2082명에 그쳐 노동부는 올해 출산한 직장여성의 14% 정도만 실제로 육아휴직을 신청한 것으로 추정했다.

노동계와 여성계에서는 제도 시행 1년이 다 돼 가는데도 육아휴직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기업문화가 육아휴직 신청을 꺼리게 하는 데다 △복귀 후 일자리를 잃을 위험도 적지 않고 △육아휴직 급여가 너무 적어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정부는 육아휴직 뒤에 원래 일자리를 주지 않는 사용주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육아휴직제도의 장점을 널리 알리는 캠페인 등을 시행해야 이 제도가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와 여성계에서는 현재 매달 20만원인 육아휴직 급여를 대폭 상향조정해 육아휴직을 활성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수준(매달 51만여원 선)을, 여성계는 이보다 조금 높은 남녀 평균임금의 50% 선을 각각 제시했다.

한편 노동부는 육아휴직이 직장여성에게 외면당하자 새로운 육아지원금제도를 2003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육아지원금은 사용주를 통해 육아휴직을 하지 못하는 여성근로자에게 매달 20만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와 여성계는 육아지원금을 새로 추진하는 것은 이미 있는 육아휴직제도도 제대로 쓰지 못하게 할 우려가 높은 대표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즉각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10일 성명을 통해 “육아휴직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월 20만원을 탁아보조비로 주면 사용주들은 지금보다 더 육아휴직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노동부의 방안은 육아휴직을 쓰지 말라는 모성파괴 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