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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전농림 "'세이프가드 연장불가' 동의한적 없다"

입력 | 2002-07-20 18:19:00

김성훈 전농림부장관


지난 2000년 한중 마늘파동 당시 농림부장관이었던 김성훈 전 장관이 '세이프가드 연장 불가' 합의가 경제장관회의에서 합의됐다는 한덕수 전 경제수석과 외교통상부측의 설명을 정면 반박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현재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초빙교수로 밴쿠버에 체류중인 김 전장관은 '주간동아'에 이메일을 보내 "2000년 6월과 7월 사이 세차례 열린 경제장관회의 중 어느 회의에서도 '세이프가드 연장 불가 방침'은 논의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 전장관은 "따라서 '장관회의에서 김 전장관의 동의 아래 방침이 결정됐다'는 국내 일부 언론의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같은 내용은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관계부서와 '세이프 가드 연장 불가' 방침을 협의했다는 외교통상부측의 설명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어서 이번 사태의 책임 문제를 둘러싸고 적지않은 논란이 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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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훈 전농림부장관이 보내온 전문

김 전장관은 "세이프 가드 관련 논의를 어렴풋이 포착한 것은 7월초"라고 밝혔다. 이 당시 정부 대표단에 참여한 농림부 관계자가 (세이프가드 연장 관련) 의견조회를 해와 농림부 차관 명의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이에 따라 합의서에 농림부 의견이 반영됐다는 사실까지 보고받았다는 것.

김 전장관은 '세이프가드 연장 불가'를 합의해 준 문제의 부속서와 관련해서도 "7월15일경 외통부로부터 문제의 부속서를 팩시밀리를 통해 전달받았으나 외통부측의 누구도 이 부분이 '세이프가드 연장 불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해준 적이 없다"고 밝히고 "현재까지도 이 서한이 어떤 효력을 갖는지 농림부로서는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장관은 또한 통상교섭본부의 기능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장관은 "국민의 정부 초기 외통부 내에 통상교섭본부를 두고 협상 전권을 몰아준 것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고 전제하고 "통상'교섭'본부의 역할보다는 통상'중계'본부의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데다 전문성이 결여된 순환보직제로 인해 막대한 국익 손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통상교섭본부측은 김 전장관의 이러한 반발에 대해 "당시 농림부 채소특작과에 협상 관련 합의문을 모두 보내 김 전장관이 공람한 뒤 서명한 사실까지 확인했다"면서 김 전장관의 행동을 '말바꾸기'라고 비난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당시 경제장관회의에 참여했던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장관 역시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다른 사람이 책임져야 할 일도 있다"고 말해 이번 사태의 책임 문제를 둘러싸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경제장관회의에서 정부부처간 합의했다"고 밝힌 한덕수 전 경제수석과는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김성훈 전 장관은 마늘협상이 타결된 뒤인 2000년 8월7일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성기영 주간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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