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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국민詩 '진달래꽃'의 '옥에 티'?

입력 | 2002-07-16 15:11:00


“오늘날 윤동주가 신춘문예나 권위있는 잡지의 신인상에 응모한다면 아마 낙선하고 말 것이다.”

한 중견시인이 윤동주 김소월 등의 시에 담긴 시어(詩語)의 결함을 지적하고 나섰다. 시인 강인한씨는 월간 ‘현대시’ 7월호에 실린 ‘명시 속의 옥에 티-올바른 시어의 선택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글에서 “유명한 시가 신성 불가침의 옹호를 받는 일은 재고돼야 한다. 좋지 않은 결점은 제대로 바로잡는 바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을 받은 김소월의 시는 ‘국민시’로도 불리는 ‘진달래꽃’. 강씨는 이 시에서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라는 부분의 ‘죽어도’가 쌀 속의 뉘처럼 몹시 거슬린다고 말한 김종길 시인의 말을 인용하며, 오하근의 저서 ‘김소월 시어법 연구’에 실린 ‘허투로’ ‘다말고’등 독특한 소월의 어휘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가 ‘아무렇지 않게 되는 대로’ 라는 뜻으로 즐겨 쓴 ‘허투로’ 를 사용해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허투로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로 끝을 맺었다면 ‘죽어도’의 서릿발 치는 느낌이 곱게 가셔지면서 시의 여성적 분위기를 일관되게 살려낼 수 있었으리라는 것.

윤동주의 ‘또 다른 고향’도 대안(代案)으로 쓸만한 시어를 상상해볼 수 있는 작품. 강씨는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작용(風化作用)하는/백골을 들여다보며/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라는 부분을 인용하며, ‘풍화작용’이라는 말에 윤동주 자신도 불만스러워 했다는 지인의 증언도 인용한다.

“‘어둠 속에서 곱게 풍화작용하는’이라는 그 한 줄의 시행을 ‘검은 바람에 곱게 바스러지는’으로 바꿔 썼더라면 어떠했을까. 그러면 ‘검은 바람’이 ‘어둠’을 함축하면서 동시에 풍화작용의 의미에도 쉽게 연결될 수 있을 것이었다. 색채 이미지의 선명한 대비도 주제 의식을 강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강씨의 글은 본래 월간 ‘현대시’ 인터넷 사이트 (www.koreapoem.co.kr)의 ‘유명시 옥의 티’ 코너에 실린 것. 현대시측은 “누구나 인정하는 명시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해보기 위해 지난해 4월 코너를 열었다”고 밝혔다. 강씨는 이번달 오프라인 ‘현대시’에 게재된 글 외에도 김용택 이호우 씨 등의 시에 대한 의견을 이 코너에 올렸다.

강씨는 “우리가 명시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선입견을 배제해야 하며, 시의 어법도 합리적 상식과 바른 문장 표현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생각에 이 글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