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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르노삼성-현대차 택시 전쟁

입력 | 2002-06-18 18:23:00

(위부터) 르노삼성SM5택시-현대자동차 그랜저XG택시


“택시 한 대를 파는 것은 승용차 10대를 파는 것과 맞먹는다.”

요즘 현대 기아자동차 영업팀은 택시영업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최근 르노삼성차의 급상승세는 택시영업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定說)이기 때문. 작년 말부터 현대 기아차는 르노삼성차의 기세를 꺾기 위해 택시영업에 총공세를 펴고 있다.

르노삼성차의 SM5는 올해 5월 월간 기준으로 처음으로 판매대수가 1만대를 넘어서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작년 같은 달에 비하면 100% 이상 늘었다.

SM5의 성공은 ‘틈새 전략’과 택시운전사들의 ‘구전(口傳) 마케팅’ 덕분이다. 삼성차는 1998년 3월 SM5를 내놓았지만 소비자들로부터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이에 따라 99년 말부터 기존 업체의 브랜드 이미지가 굳건한 승용차 시장보다 이들이 신경을 쓰지 않는 택시영업에 전력을 기울였다. 2000년 9월 삼성차를 인수한 르노삼성측도 이런 영업전략을 고수했다.

영업사원들은 개인택시 운전사나 택시회사의 사장들을 끈질기게 찾아다니며 SM5를 직접 타볼 것을 권유하고 SM5 택시의 장점을 설명했다. 자동차 대리점을 ‘오토카페’라고 이름짓고 운전사들이 쉬고 갈 수 있도록 배려할 만큼 택시 운전사 고객을 우대했다.

기존 업체들이 택시는 무조건 싸게 공급한다는 마케팅 전략을 고수할 때 르노삼성은 개인택시 운전사에게는 제품의 질을, 택시회사에는 “소모품 경비가 적게 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전략은 큰 호응을 얻어 98년 541대, 99년 282대에 불과하던 택시 판매가 2000년에 7144대로 늘었고 작년에는 1만2298대로 ‘수직상승’했다.

택시 판매의 급증은 승용차 판매로 이어졌다. 99년 6379대에 머문 SM5의 내수판매는 2000년 2만6862대에 이어 작년에는 7만648대로 급증했다.

르노삼성 이병호 마케팅과장은 “솔직히 살아남기 위해 택시시장을 공략했는데 거리에서 SM5 택시가 많이 운행되는 것 자체가 홍보 효과가 있었고 택시운전사들의 구전 마케팅도 큰 영향을 미쳤다”며 “소비자들이 택시를 이용하면서 운전사들이 말하는 차에 관한 이야기는 신뢰성이 높다고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비상이 걸렸다. 여러 차례 대책회의를 갖고 택시시장을 소홀히 한 결과라는 결론을 얻었다.

현대차는 EF쏘나타의 엔진을 힘이 훨씬 좋은 DOHC 엔진으로 바꾸고 택시 운전사들의 불만이 많던 타이밍 벨트도 내구성이 높은 것으로 바꾸었다.

이어 현대차는 올해 3월부터 SM5보다 한 등급 높은 그랜저XG 택시를 내놓았다. SM5를 그랜저 XG와 EF쏘나타 택시로 협공하겠다는 전략. 기아차도 같은 전략으로 옵티마에 이어 리갈택시를 내놓았다.

현대차 승용차판촉팀 관계자는 “승용차의 주력 시장이 중소형차에서 중형차시장으로 바뀌면서 택시시장이 일종의 테스트 마켓 역할을 하고 있다”며 “여기에다 택시운전사들의 구전 마케팅 효과까지 겹쳐 업체들간에 ‘택시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