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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증시]美 증시-실물경제 따로논다

입력 | 2002-05-28 18:08:00


‘몸통과 따로 움직이는 그림자에 속지 말라.’

최근 증시 주변에서는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주장의 핵심은 미국 증시가 실물경제와 확연히 분리되고 있다는 것.

강성모 동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28일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는 효율적이어서 경기를 미리 반영한다는 환상에 사로잡혀있다”며 “그러나 미국 실물 경제는 지난해 11월 저점을 지났으나 주가는 ‘미국 디스카운트’ 현상 때문에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는 회복, 증시는 디스카운트〓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지표가 긍정적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다. 고용동향을 제외하면 생산지수는 지난해 12월부터, 경기동행지수도 11월을 저점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46년 이후 미국이 겪는 10번의 경기 침체 중 저점 통과 6개월 뒤의 주가가 저점 당시보다 낮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팀장은 “주가가 고평가된 상태인데다 엔론 사태 이후 기업이익에 대한 불신이 커져 미국 디스카운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제프 에버렛도 최근 “미국은 기업들의 잘못된 회계관행, 증시에 대한 불신, 고평가 등의 문제로 실물경제와는 분리됐다”고 지적했다.

▽몸통에 주목하라〓미국은 여전히 한국 경제와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변수이지만 그림자보다는 몸통(경제지표)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강 팀장은 “미국 증시의 왜곡은 향후 2∼3년이 지나야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증시는 반도체 가격이나 환율, 수출 성장률 등 미국의 실물 변수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순욱 현대증권 시황팀장도 “미국에 대한 수출비중은 정체된 반면 중국에 대한 수출비중은 급성장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1%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더라도 경쟁국의 화폐가치도 오르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상품에 대한 해외 수요는 3.5%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