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놀란 한국 핵심산업기술/서정욱 외 지음/244쪽 1만2900원 김영사
우리 나라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서도 반도체, 자동차 등 몇 개 산업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철강, 자동차, 반도체, 이동통신 산업은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핵심 산업들이라고 볼 수 있다. 각 산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저자들은 이들 대표 산업의 발전 과정과 성공 요인들을 비교적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 동안 대부분의 우리 나라 경영자들이 해외 기업의 성공 사례를 더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들 4가지 산업은 바로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살아 있는 교훈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책에 소개된 4가지 산업의 주요 성공 요인들을 살펴보자.
우선 산업마다 조금씩 특성이 다르지만 이들 산업의 성공에는 뛰어난 기업가들의 활약이 있었다는 점이다.
철강 산업의 박태준, 자동차 산업의 정주영, 반도체 산업의 이병철 같은 기업가들이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혁신적인 방법을 통해 산업을 창조한 것이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안목과 사고방식, 자금이나 기술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원들을 새롭게 결합하는 방법, 종업원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리더십 등이 바로 기업가들이 보여주었던 혁신들이었다.
둘째, 기업들의 지속적인 학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4가지 산업은 이미 선진국과 상당한 격차가 있는 후발 산업들이다. 따라서 선발 기업, 선진 산업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배우지 않고서는 이들과의 기술적 격차를 줄일 수가 없었다. 아무 것도 없던 시절, 선진국으로부터의 기술 도입에 주력했던 것은 물론이고 도입된 기술을 소화하고 개선하기 위한 후속 학습들이 꾸준히 이루어졌다. 기술 모방에서 시작해 기술 혁신으로 작업이 이루어졌다. 물론 이동통신 산업의 경우는 기술 모방보다는 선진 업체가 선택하지 않은 CDMA라는 기술 방식을 개발함으로써 일거에 선두권으로 도약하기도 했다.
끝으로 4가지 핵심산업의 발전에는 정부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예컨대 철강 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철강산업육성법을 제정하였고, 반도체 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DRAM 공동 개발 사업을 추진하였으며, 시의 적절한 정보통신 정책을 통해 국내 업체들이 CDMA 기술 개발에 주력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였다. 4가지 핵심산업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의 역할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나 거부보다는 산업의 특성에 맞게 정부와 기업이 각자의 역할을 정하고 상호 협력하는 방식은 21세기에도 유효한 산업 정책으로 판단된다.
사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국민들은 우리 나라 기업들이 이룩한 눈부신 성과에 대해 자긍심을 느끼기보다는 냉소적인 시각을 가졌던 것 같다. 오랜만에 이 책을 읽으면서 한번쯤 독자들도 한국인의 자긍심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dhlee67@pops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