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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바다서 건져낸 청자 발굴인가 인양인가

입력 | 2002-05-14 18:40:00


지난달 전북 군산시 옥도면 비안도 앞바다에서 명품 고려청자 450여점이 발견됐다. 당시 언론 들은 이를 보도하면서 ‘청자 인양’이라는 표현과 ‘청자 수중 발굴’이란 표현을 섞어 사용했다. 관계자들로 마찬가지였다.

최근 고고학자들과 어울리는 자리에서 이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오갔다. 바다에서 청자를 건져올리는 것이 과연 발굴인가 인양인가 하는 점이었다.

사전적 의미를 보면, 발굴(發掘)은 ‘땅 속이나 흙더미 등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는 일’이고 인양(引揚)은 ‘높은 곳으로 끌어 올리는 것’을 뜻한다.

한 고고학자는 “청자를 수습한 것은 엄밀히 말하면 발굴이 아니라 인양”이라고 했다. 그는 “발굴은 땅 속에 묻혀 있는 것을 캐내는 행위인데 이번 경우는 해저 표면에 노출된 청자를 건져올린 것이기 때문에 인양이지 발굴이 아니다. 게다가 유물 수습에 참여한 사람들은 고고학자가 아니라 수중 다이버들이다. 그러니 발굴이라는 용어는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다른 고고학자가 “해저 표면을 바둑판 식으로 구획해 유물을 수습한 것인데 그런 점에서 보면 지상에서의 발굴과 별 차이가 없는 것 아닌가”하면서 반론을 제시했다.

물론 어떤 결론이 내려진 건 아니었다. 어찌보면 술좌석에서 고고학자들간에 오간 여담일 수 있지만 엄격한 용어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지, 그리고 그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무심하게 살아왔는지를 일깨워 주는 시간이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