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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의 증시산책]장나라에게 한수 배워라

입력 | 2002-05-12 18:24:00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는 1001년부터 2000년까지 1000년 동안 역사에서 가장 중요했던 인물로 칭기즈칸을 뽑았다.

그때까지 중국 이슬람 기독교 문명으로 단절돼 있던 동서양을 하나로 묶는 ‘지구촌’시대를 처음으로 열었고 나중에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뜻에서다.

칭기즈칸이 동서양을 잇는 대제국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기마병의 속도전 △갑옷과 군량 등 전쟁장비의 경량화 △매복과 기습 등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전쟁기술’ 덕분이었다.

최근 ‘장나라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연예인 장나라의 인기비결은 3가지라고 한다. 깎은 듯이 예쁘지는 않지만 푸근함을 느낄 수 있는 깜찍함과, 가창력이 탁월하지는 않지만 화려한 댄스로 노래를 포장하는 일부 신세대 가수보다는 잘 부르며, 무르익지 않은 연기지만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자연스러움을 갖고 있다는 것 등이다. 장나라의 신무기다.

증시가 개방된 92년부터 외국인투자자들도 신병기(新兵器)로 한국 증시를 종횡무진하며 개미투자자들을 울렸다. 주가수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투하자본이익률(ROIC) 자본비용초과이익(RECC) 등 한국 투자자들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투자지표로 저평가된 종목을 선정, 싼값에 매집했다가 한국의 기관이나 개미들이 뒤늦게 따라 사면 비싼 값에 팔아넘기고 있다.

몸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운 갑옷으로 무장했던 유럽 기사들이 칭기즈칸의 기마병에게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듯이 증시를 제대로 분석할 수 있도록 훈련도 받지 않은 채 돈벌겠다는 욕심만으로 주식을 샀다가 외국인만 배를 불려주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

150여년간 대제국을 호령했던 칭기즈칸의 몽골은 총(銃)이란 신무기 앞에 무릎을 꿇었다.

증시에선 1400여개 종목과 800만명의 투자자가 매일매일 죽고 살기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세상이 변화하면서 신병기가 나오면 전장에 나가있는 장수는 그것이 승패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새로운 무기를 외면하고 옛날 방식만 고수하면 닥쳐오는 것은 결국 패배뿐이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