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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크 축구장서 격노…국가 나오자 관중 야유

입력 | 2002-05-12 17:46:00


“프랑스 국가(國歌)를 모욕한 데 대해 사과하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격노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11일 파리 북동쪽 프랑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컵 축구대회 결승전에 참석했다. 일주일 전 압도적 지지로 재선된 기쁨을 국민과 나누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바스티아팀과 로리앙팀이 벌이는 경기 시작 전 국가인 라마르세예즈가 연주되자 바스티아팀 관중이 호각을 불며 야유했다. 바스티아팀의 연고지인 코르시카섬은 나폴레옹의 출생지로 1768년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령으로 넘어간 곳. 오래 전부터 중앙정부에 자치권을 요구해왔다.

그러자 시라크 대통령은 생중계되던 TV 방송에 나가 “일부 어리석고 무책임한 팬들이 국가를 모욕했다. 공화국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을 참을 수 없다”고 흥분했다.

시라크는 이어 “프랑스축구연맹 회장은 경기를 중단하고 프랑스가 모욕받은 데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며 퇴장했다. 대통령의 분노에 양 팀 선수들도 탈의실로 돌아가 경기가 중단됐다.시모네 클로드 프랑스축구연맹 회장은 장내 방송을 통해 “연맹은 국가에 대한 야유에 사과한다”면서 “모든 사람이 국가를 존중하고 조용한 분위기로 돌아가야만 경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프랑수아 니콜라이 바스티아팀 단장까지 나서서 사과하자 분이 풀린 시라크 대통령이 귀빈석으로 돌아와 20분 만에 경기가 재개됐다.

일각에서는 우파를 겨냥한 ‘정치 9단’ 시라크의 정치적 제스처라고 보고 있다. 그 제스처가 통했는지 이날 경기는 응원단이 물의를 빚은 바스티아팀이 로리앙팀에 0 대 1로 패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