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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가톨릭계가 한국에 보낸 격려메시지"

입력 | 2002-05-10 18:14:00

리링위안 대만 푸렌대 총장으로부터 명예법학박사 학위를받고 있는 한홍순 교수(왼쪽)


“세계 가톨릭계는 아시아에서 한국, 특히 평신도들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첫 천년이 유럽, 두 번째 천년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복음화였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 번째 천년은 아시아 복음이 과제입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부회장인 한홍순 교수(59·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가 올해 겹경사를 맞았다.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위원인 그는 3월 4번째 연임을 통보받아 최장수 위원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최근 대만의 가톨릭계 푸렌(輔仁)대에서 평신도로는 최초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것. 그는 “이 모든 일 들이 나 자신의 경사라기 보다는 교황청 등 세계 가톨릭계가 한국 가톨릭에 보낸 격려이자 더 많은 일을 해달라는 희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67년 평의회가 설립된 뒤 4번째 연임은 한 교수와 이탈리아 마르첼로 베데스키씨가 처음이다. 하지만 한 교수가 베데스키씨보다 1년 빠른 84년에 위원으로 임명돼 최장수 위원이 됐다. 평의회는 평신도 문제에 대해 교황의 자문에 응하는 기구로 고위 성직자와 평신도 등 3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전체 위원중 31명이 새 얼굴을 바뀌었을 정도로 연임이 드물다. 임기는 5년.

푸렌대가 한 교수에게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수여한 것은 ‘가톨릭 사상에 바탕을 둔 경제학 연구와 아시아 교회의 발전에 대한 공헌’ 때문. 푸렌대는 지금까지 추기경 등 고위 성직자와 국가 원수 등 총 52명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해왔다. 한국인으로는 김수환 추기경과 고(故) 전석재 몬시뇰에 이어 세 번째.

이탈리아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는 평의회 위원으로 1년에 4∼5차례 교황청을 방문하고 그 때 마다 교황을 알현하는 등 교황청 소식에 밝은 인사로 꼽힌다.

지난해 9월 교황청에서 열린 세계 평신도지도자 대회에서 일어난 에피소드. 한 교수가 평신도 대표로 인사말을 하자 교황이 답사중 갑자기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두차례 한국을 방한한 교황께서는 한국에 대해 애정이 많은 분입니다. 독대할 기회가 있을 때 ‘찬미 예수’ ‘감사합니다’ 등 짧은 한국말을 자주 하십니다. 교황께서는 또 분단 국가인 한국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말을 여러 번 하셨습니다.”

한 교수는 “대만 가톨릭계는 신자가 30∼40만명에 불과하지만 불교 유교 등 토착 종교와 활발한 대화 노력을 벌이고 있어 깊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아시아 평신도들의 연대를 통해 교회가 더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김갑식 기자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