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르포]금강산댐에 무슨 일이 생겼나

입력 | 2002-05-01 16:43:00


수도권 주민의 젖줄 한강이 마르고 있다.

춘천을 지나자마자 보이는 북한강 상류 곳곳에서 허연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화천댐을 막아 만든 파로호의 짙은 푸른색은 사라진 지 오래. 물이 빠진 자리엔 한 길 높이의 황토가 흉물스럽게 호수를 둘러싸고 있어 옛날의 풍부했던 수량을 짐작케 할 뿐이다.

강원 화천과 양구군 일대를 힘차게 흐르던 북한강이 난데없는 ‘물 부족’에 신음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초부터.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북한의 금강산댐이 담수작업에 들어간 때이다.

“북한에서 내려오는 강물이 막혔다”는 수군거림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관련기사▼

- 북한강물 年17억t 감소 비상

▽물고기가 사라진 북한강 상류〓“작년부터는 메기를 찾을 수가 없어요. 아예 씨가 말랐어요.” 북한강 상류에서만 30년여간 어부생활을 한 화천군 간동면 구만리 신영욱씨(48)의 설명이다. 메기는 물론 생명력이 강하다는 붕어도 좀체 잡히질 않는다.

물고기가 사라진 이유는 물이 줄었기 때문. 신씨는 “물이 많아야 물고기 산란도 제대로 되는 법인데 작년부터는 이상하리만큼 강물이 말라버렸다”며 혀를 찼다.

실제 화천댐과 인접한 북한강 상류는 사람이 건너다닐 정도다. 화천댐 용수공급능력 확대공사를 위해 발전소 가동이 중단돼 댐에서 물이 방류되지 않는 탓도 있지만 북쪽에서 흘러 들어야 할 수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때문이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

강물이 줄자 하천 오염도 두드러지고 있다. 화천군 하남면 논미리 강희자씨(67)는 “강바닥을 뒤덮고 있던 말풀이 자라지 않는다”며 “말풀이 없으면 그만큼 물도 탁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올해가 걱정이다. 댐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요즘엔 강이 바닥을 드러내는 통에 모내기를 시작할 때면 양수기를 대야 할 판이다.

▽의문의 겨울 홍수〓올 1월에 있었던 뜻밖의 홍수는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때아닌 한겨울에, 그것도 비도 오지 않았는데 1월 초부터 20여일간 갑자기 엄청난 규모의 강물이 흘러내렸다. 당시 초당 유하량은 108t. 평소의 10배가 넘는다.

예상치 않은 유하량으로 화천댐은 서둘러 발전소를 돌렸다. 이에 따라 발전량이 목표치의 300%를 초과했다.

발전소 측은 아직까지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북한에서 ‘무슨 일’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엄청난 피해 나타나고 있다〓줄어든 강물의 피해는 전기발전량의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북한강 수계에 위치한 화천댐 춘천댐 의암댐 청평댐 팔당댐 등 5개댐의 발전량은 9억2687만kWh. 전년도의 73.7% 수준이다.

화천수력발전소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화천댐에 150m 높이의 비상방류구 공사를 하느라 전년에 비해 발전설비를 충분히 가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상방류구 공사는 작년 12월부터 시작됐다.

최석범(崔錫範) 수자원개발기술사는 최근 발표한 ‘금강산댐 건설이 한강수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화천댐 발전 감소에 따른 전기감소와 용수공급 감소(305억원)에다(금강산댐으로 줄어든 물을 대체할) 5억∼6억t 규모의 용수공급능력을 갖춘 댐 건설비(순 건설비를 1조원으로 추정하고 연간비용으로 나눈 820억원)를 합쳐 대략 980억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금강산댐은?〓북한강 상류 북측 지역인 강원 창도군 임남리에 건설된 댐. 북한에서의 공식 명칭은 임남댐이다. 흙과 자갈을 쌓아올려 만든 사력댐으로 86년 6월 착공돼 2000년 10월 2단계 사업이 완료되면서 담수가 시작됐다.

이 댐은 높이 121.5m, 길이 700m 규모로 평화의 댐(높이 80m, 길이 410m)보다 조금 더 크다. 북측은 금강산댐에 가둔 물을 길이 45㎞의 터널을 통해 동해안 지역에 있는 안변청년발전소(강원 안변군 신화리)로 빼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순간 최대 발전 용량은 20만㎾다.

착공 당시 5공 정권이 북측이 댐을 폭파하면 63빌딩 절반이 물에 잠기고 수백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다는 이른바 ‘수공 파문’을 내세워 국민성금으로 대응댐인 ‘평화의 댐’을 만들기도 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화천〓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