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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낮은 고객에 전담대출"…美-佛은행 소비자금융 진출

입력 | 2002-03-28 18:14:00


미국 씨티은행과 프랑스 BNP파리바 은행이 한국의 신용도가 낮은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출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사채를 쓸 만큼 신용도가 나쁘지 않은 중간계층을 주된 타깃으로 삼았다.

그동안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소비자들은 신용도에 비해 너무 비싼 금리를 물어야 했는데 앞으로는 은행이자보다 조금 높은 20%대에서 돈을 빌릴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는 캐피털 저축은행(신용금고) 등이 이 시장을 노리고 있으나 앞으로 깔끔한 브랜드 이미지와 선진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갖춘 외국금융기관이 진출하면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금융기관의 진출〓씨티은행은 최근 소비자금융 사업을 전담할 ‘씨티 파이낸셜 코리아’(자본금 200억원)를 설립했다. 5월에는 서울 강남지역에 시범점포를 열고 7월부터는 서울 4개, 인천 1개 등 5개 지점을 운영할 계획이다. 5년 후에는 전국 지점 60개, 총자산 3조원 규모로 성장하고 동시에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 씨티은행 본사가 1억달러(약 1300억원)까지 증자한다는 계획이다.

BNP파리바그룹의 100% 자회사인 세텔렘은 신한금융지주회사와 공동으로 6월 말에 ‘신한-세텔렘 캐피털’(가칭)을 설립하고 7월부터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세텔렘은 전 세계 22개국에 진출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초기에는 전화와 우편으로 마케팅을 하고 고객이 인터넷이나 신한은행 지점에서 대출을 신청하도록 할 계획이다.

▽신용도 세분화가 열쇠〓국내의 소비자금융은 은행(연 12∼15%) 캐피털(12∼22%) 신용카드(18∼25%) 저축은행(24∼60%) 사채시장(100% 이상) 등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개인신용평가 시스템이 없어 고객세분화가 잘 되지 않고 있다.

씨티은행과 세텔렘은 바로 이 시장을 노리고 들어오는 것. 단순히 직업과 연봉 등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신용등급을 잘게 쪼개는 것이 장점이다.

씨티은행 김홍식 상무는 “은행 금리에 조금만 더 얹으면 충분히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고객들이 지나치게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리고 있다”며 “개인의 신용상태를 정확히 분석해 그에 맞는 이자율을 부과하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세텔렘은 중하위 소득층에서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급여생활자와 자영업자를 주타깃으로 삼았다.

▽개인 갱생프로그램 도입〓미국과 유럽에는 개인파산제도가 잘 발달돼 있다. 과도한 대출을 받아 갚을 수 없게 되면 개인도 기업처럼 원금상환 기한을 연장해주고 이자율을 낮춰 장기간에 걸쳐 갚을 수 있도록 채무조정을 해주는 것이다.

국내에는 이러한 제도가 없고 은행과 카드사는 고객이 대출금을 연체하면 곧바로 독촉장을 보내거나 협박전화를 해 고객과 많은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씨티은행과 세텔렘은 개인갱생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금융계에서는 선진은행들의 시장진입으로 전체적인 소비자금융 규모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