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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실적場선 ‘덩달이 상승’ 없다…주가 차별화 기미

입력 | 2002-03-11 17:19:00


지난달 말경 주식 투자자 박모씨(42)는 “당시 2700원이던 D사 주가에 대해 A증권사 기업분석팀이 6개월 목표주가로 3400원을 제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D사의 주가가 급등해 3400원을 넘어섰다. 박씨가 자료를 낸 A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그 애널리스트는 “6개월 목표주가를 4200원으로 더 올린다”고 대답했다. 박씨가 “목표주가를 1주일 만에 바꾼 것은 회사 실적이 좋아졌기 때문인가”라고 묻자 그 애널리스트는 “회사의 예상 이익은 변한 게 없지만 동종업계의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목표주가를 올리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종목의 적정주가를 수시로 올리고 있다. 심하면 1주일 만에 6개월 목표주가가 바뀌기도 한다.

문제는 분석대상 회사의 올해 예상 이익이 변한 게 없다는 점. 목표주가가 높아지는 이유는 대개 ‘동종업계의 주가가 올라서’다.

지난해까지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이끌었기 때문에 동종업체의 주가가 오르면 나머지도 무더기로 따라 오르는 현상이 강했다. 그러나 실적장세에서는 본격적으로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의 주가 차별화가 시작된다.

이와 관련, 오재원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국 증시가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바뀌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럴 때는 상대평가로 주가를 산출하기보다 한 회사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에 근거해 적정주가를 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 목표주가를 계산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회사가 올해 낼 예상이익(EPS·주당순이익)에 동종업계의 주가수준(PER)을 곱하는 방식. 따라서 이익은 그대로여도 동종업계의 주가만 높아지면 그 회사의 적정주가도 따라 높아진다.

문제는 이런 분석이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전 종목이 오름세를 보이는 유동성 장세에서 적중도가 높지만, 기업의 실적이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하는 실적 장세에서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점.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이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분석이 쉽기 때문이다.

PEG(주가수익배율을 성장률로 나눈 지표) DCF(현금흐름할인) 등 다양한 분석 방법을 동원하면 회사실력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가능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더 방대한 자료가 필요하고 과정도 복잡하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