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캐나다 사이에 판정시비가 일었던 2002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 부문의 프랑스 심판 마리 렌느 르군느(40·여)가 24일 “로비는 러시아가 아니라 캐나다로부터 받았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르군느씨는 당시 로비를 받고 러시아 선수에게 유리한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진 인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판정 잘못을 인정하고 양국 선수에게 모두 금메달을 주기로 결정했지만 누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사건 발생 이후 줄곧 입을 다물어 왔던 르군느씨는 폐회식을 앞두고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심판으로 선정된 지난해 9월부터 캐나다 측으로부터 로비를 받아왔다”며 “그러나 심판을 공정하게 보고 나서 캐나다에 우호적인 빙상연맹 관계자들로부터 집중 매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르군느씨에 따르면 경기 전날 캐나다 심판 베노이트 라보이에가 자신과 2명의 기술위원을 포함, 10여명의 경기 관계자들을 초청해 파티를 벌이고 선물 공세를 펼쳤다는 것. 그는 또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나의 승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맹 관계자들이 캐나타팀을 위해 지속적으로 로비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러나 자신이 러시아팀에 더 높은 점수를 주자 “프랑스 연맹의 압력을 받아 캐나다에 불리한 판정을 했다”며 제멋대로 시나리오를 만들어 퍼뜨렸고, 재심회의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못해 결국 오심 결정이 났다는 것.
그는 “(경력과 승진이라는) 속박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동의해준 게 가장 큰 실수였다”며 “이제는 진실을 밝혀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캐나다올림픽위원회의 마이클 챔버스 위원장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