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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경제]“美 기업파산 계속된다”

입력 | 2002-02-07 17:52:00


최근 미국에서 봇물처럼 터지고 있는 기업 파산 사태는 과연 어디까지 갈까.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최신호(2월 18일자)에서 사상 유례없는 기업들의 파산 러시를 집중 분석했다.

미국 10대 파산 기업

회사

날짜

자산 총액
(억달러)

엔론

2001.12

634

텍사코

1987.4

359

아메리카 파이낸셜

1998.9

339

글로벌 크로싱

2002.1

255

태평양 가스 & 전기

2001.4

215

MCORP

1989.3

202

K마트

2002.1

170

퍼스트 이그재큐티브

1991.5

151

지브롤터 파이낸셜

1990.2

150

피노바 그룹

2001.3

140

이 잡지에 따르면 최근 2개월 사이 파산한 3개 기업은 자산규모에서 역대 미 10대 파산기업에 포함된다. 지난해 12월 파산한 엔론이 자산규모 634억달러로 사상 최대이고 지난달 파산한 글로벌 크로싱도 255억달러로 4위에 랭크됐다. K마트는 170억달러로 7위.

이처럼 미국의 기업 파산이 급증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침체. 그러나 금융가에서는 90년대 말 지나친 ‘호황 파티’의 값비싼 대가로 보고 있다. 당시 정보기술(IT)산업이 급팽창하고 미국 경제가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고수익 고위험 채권인 정크본드가 남발됐고 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98년 한 해 발행된 정크본드만도 1410억달러 규모. 지난해엔 더욱 늘어 6000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들어서면서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에 나섰고 은행과 투신사가 돈줄을 죄면서 기업들의 채무 불이행이 잇따랐다.

지난해 상장기업 가운데 공식적으로 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기업은 모두 257개. 2000년 176개보다 46%가 늘어난 수치다. 이들이 갚지 못하게 된 빚만도 640억달러로 전체 대출액의 9.8%에 달한다.

올해도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은행들이 갈수록 대출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있는 데다 원금이나 이자를 제대로 못 갚을 경우 채무 연장도 잘 안 해주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지난해 10월 은행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려 51%가 대출기준을 강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정크본드의 발행 추이와 기업의 채무불이행 역시 3년의 시간차를 두고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어 올해도 파산사태가 계속될 것이라는 것. 특히 파산이 심각할 것으로 꼽히는 분야는 텔레콤과 소매, 철강이다.

포천지에 따르면 올해 예상되는 기업의 채무불이행률은 8%. 수치상으로는 지난해보다 약간 낮지만 금융전문가들은 올해가 기업 파산의 절정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은행인 드레스너 클라인워트 와서스타인사의 국제구조조정을 담당하는 헨리 밀러 부회장은 “미국 경제는 현재 파산 사이클 중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