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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금이 ‘세몰이’ 할 땐가

입력 | 2001-11-12 18:23:00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당 총재직을 내놓기가 무섭게 민주당 대선 예비주자들이 ‘세(勢)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재·보선 참패로 초상집이 되다시피 한 당 수습은 뒷전이고 오직 당권 대권을 잡기 위한 고지(高地)를 누가 선점(先占)하느냐에 몰두하고 있는 모양이다. 청와대가 사사건건 당의 일에 간섭해 정당의 자율성이 떨어진다고 불평하던 이들조차 막상 대통령이 총재직을 사퇴하자 당을 어떻게 민주 정당으로 거듭나게 할 것인가에는 관심조차 없이 대의원 수를 얼마로 하는 것이 경선에서 유리할지, 전당대회는 언제 여는 게 좋을지, 각자의 정치적 이해를 따지는 데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이 어제 ‘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당 추스르기에 나섰다지만 최고위원 출신의 대선 예비주자들이 이렇듯 ‘잿밥’에만 정신이 팔려 있어서야 당이 제대로 일어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더구나 이런 모습으로 등돌린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더욱 의문이다.

이들 예비주자들은 한 번에 2000∼3000명을 동원한 지지모임을 갖는가 하면 심지어 한 예비주자는 자신의 후원회 겸 출정식에 1만5000∼1만8000명까지 동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그 많은 사람이 모두 자발적으로 참석할 리는 만무하니 대부분 버스로 실어 나른다는 얘기인데 ‘세 과시의 낡은 정치’를 탓하기 전에 거기에 드는 엄청난 비용을 어떻게 감당한다는 것인지부터 궁금하다.

“버스 한 대분(50명)을 동원하는 데 최소한 100만원이 든다는 것이 정설”이라는 민주당 당직자의 계산을 빌린다면 1000명 실어나르는 데 2000만원, 1만명이면 2억원이 든다. 도대체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나오는가. 개인 돈인지, 당의 지원금인지, 후원회비인지 그 출처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런 ‘고비용 정치’로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민주당 예비주자들은 대부분 수를 앞세워 세를 과시하고, 나름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상대를 공격하는 과거의 낡은 정치행태를 비난해온 인물들이다. 그랬던 그들이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네거티브 전략’의 낡은 정치를 답습하고 있으니 기막힌 노릇이다. 구태(舊態)의 낡은 정치로 설령 대권 후보가 된들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겠는가. 이래서는 민주당에 희망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