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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불황속 한국산업]자동차, 美서 고속질주

입력 | 2001-11-07 18:51:00


미국 자동차시장이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지만 한국차는 미국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판매 50만대를 돌파하며 ‘고속질주’하고 있다.

올들어 10월말까지 미국시장에서 판매된 한국산 자동차는 현대차 29만4523대, 기아차 18만9424대, 대우차 4만3169대 등 총 52만711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1%나 늘었다. 특히 현대차(40.9%)와 기아차(41.9%)의 상승세는 세계 어느 자동차메이커보다 두드러진다.

올해 연간 자동차 수요가 20만대나 줄 것이라는 미국시장에서 이처럼 한국차가 잘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 전문가들은 우선 자동차 성능이 크게 향상된 점을 꼽는다. 미국의 소비자 만족도 전문 조사기관인 JD파워가 지난달 발표한 ‘2001년 자동차 만족도 조사’를 보면 현대차의 그랜저XG와 싼타페가 차급별 만족도에서 사상 처음으로 2위에, 뉴EF소나타는 3위에 올랐다.

기존의 ‘싸구려’ 이미지도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는 분석.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인 대우증권 장충린 부장은 “한국차 성능이 우수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그랜저XG 등은 동급의 명차에 비해 가격도 뒤지지 않아 저가품의 이미지를 탈피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이형근(李炯根) 수출마케팅실장은 “제품에 대한 자신이 생긴 뒤 딜러의 판매가 할인 재량권을 줄여 함부로 할인판매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는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딜러 네트워크가 강화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차의 경우 98년에 467개였던 미국 현지 딜러망이 현재 562개로 늘었으며 내년초에는 600개로까지 늘릴 계획. 기아차도 620개의 현지 딜러망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와 기아는 현재 우량 딜러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중이다. 차종도 예전보다 다양해졌다. 90년대만 해도 소형차 중심으로 3∼4종만 판매됐지만 요즘엔 14개종이 판매되고 있다. 특히 중대형차와 SUV(레저용 차량)의 비중이 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다양해져 판매량 증가로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