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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제임스 전 창작발레 '웨어하우스' 공연

입력 | 2001-09-25 18:43:00


◇'추억의 창고'서 꺼낸 아름다운 춤사위

통학 버스에서 만난 단발머리 여고생, 학교 옆 빵집에서의 미팅, 날카로운 첫 키스….

중년 남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법한 익숙한 기억들이다.

‘추억의 창고’에 담긴 사연들을 춤으로 담은 창작 발레 ‘웨어 하우스’(Warehouse·창고)가 10월6일부터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전 아츠풀센터에서 공연된다.

대부분 해외 유명 발레단의 레퍼토리를 공연하고 있는 국내 발레계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이번 공연은 창작 발레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현존’ 시리즈와 ‘사계’ 등으로 주목을 받았던 제임스 전(41)이 안무를 맡았다. 그는 부인 김인희(37) 단장과 함께 ‘서울 발레시어터’(SBT)를 이끌고 있는 부부 무용가로 유명하다.

이번 작품은 ‘프롤로그-추억창고로의 초대’에 이어 ‘고교 시절-청년 시절-사회인’ 등 3막으로 구성됐다. 공원에서의 첫 키스, 디스코 파티, 시위, 연인과의 이별, 결혼 등의 주요 장면이 춤으로 이어진다.

제임스 전은 “이 작품은 왕자가 아닌 보통 청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경험한 일상을 담은 ‘복고풍 발레’”라며 “영화에 ‘친구’, 소설에 ‘마이너리그’가 있다면 발레에서는 ‘창고’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1960∼80년대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음악도 관객의 향수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스트라빈스키 등 클래식에서 가요, 사물놀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이 사용된다. 공연 중 멀티 큐브를 이용한 영상과 광대들로 분장한 무용수들이 이벤트와 퍼포먼스를 펼쳐 정형화된 발레 공연의 틀을 깼다. 굿패 ‘노름마치’가 타악 연주를 맡았다.

이번 작품은 총 제작비가 10억 원에 이르고 1000여 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36회나 공연된다. 이 같은 장기공연은 공연 기간이 길어야 일주일 안팎인 무용계에서 매우 파격적인 사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 출신의 정운식과 나인호가 남성 주역을, 박아영 윤미애 조현경 전선영이 여성 주역을 맡았다. SBT에서 활동하다 미국 ‘애틀랜타 발레단’으로 둥지를 옮겼던 로돌프 파텔라도 출연한다.

무용평론가 문애령은 “이번 공연은 국내 창작 발레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이라며 “대중과 함께 하는 발레를 지향해온 제임스 전의 새로운 시도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11월4일까지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3시 7시. 4만∼6만원. 1588-7890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