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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정보기관 “라덴 테러직후 새 은신처 이동”

입력 | 2001-09-14 18:45:00


‘오사마 빈 라덴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미국이 테러의 배후로 빈 라덴을 지목하고 대대적인 보복공격 준비에 착수했지만 정작 응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1998년부터 그의 행방을 추적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빈 라덴은 평소에도 수시로 거처를 바꾸며 극도의 보안 속에서 활동하는 은신의 귀재다. 잠자리에 들기 몇분 전에야 그날의 숙소를 최종 결정할 정도로 몸을 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가까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고위 인사들도 빈 라덴이 한곳에서 이틀 이상 머무른 적이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

빈 라덴은 수백㎞씩 떨어진 은신처들을 헬기나 픽업 트럭을 이용해 오가며 자신과 비슷한 부하를 골라 대역을 시킴으로써 서방 정보기관을 교란하는 전술도 사용해 왔다. 이 같은 철저한 은신술은 80년대 아프가니스탄에서 구 소련에 대항하던 이슬람 세력을 지원하는 활동을 벌일 때부터 몸에 밴 습관.

빈 라덴이 마지막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월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주에서 열린 아들의 결혼식에서였다.

파키스탄 정보기관 소식통에 따르면 빈 라덴은 미국을 상대로 한 테러사건이 발생한 지 몇분 뒤 핵심 측근들과 함께 어디론가 이동했다.

이 소식통은 “빈 라덴이 행선지에 대해서 밝히기를 거부했으며 테러 당시 어디에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함구했다”고 전했다.

이 정보가 확실하다면 빈 라덴은 미국의 보복을 예상하고 아프가니스탄 내 오지에 있는 또 다른 은신처로 숨어들었거나 아예 외국으로 탈출했을 가능성이 크다.

34개국에 세포 조직을 갖고 있는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났을 경우 예상되는 행선지로는 이슬람 극렬 세력이 준동하고 있는 중동 또는 동남아시아가 유력하다.

이와 관련, 로돌포 비아존 필리핀 상원의원은 13일 “빈 라덴이 평소 유대관계를 맺어오던 필리핀 남부의 이슬람 무장세력인 아부 사야프를 찾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빈 라덴은 94년부터 아부 사야프에 자금을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을 방문 중인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도 “필리핀 이슬람 세력과 빈 라덴이 관련되어 있다는 정보가 있다”고 확인했다.

미국의 LA타임스지는 13일 “빈 라덴이 90년대 말부터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 있는 작은 섬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이들 나라의 이슬람 과격 세력과 연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빈 라덴이 이들 나라의 정글 속 오지로 숨어들 경우 찾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