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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최화경/영재의 고민

입력 | 2001-09-11 18:21:00


자식의 머리가 좋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동서고금에 다름이 없다. 앞뒤로 튀어나온 ‘짱구 머리’의 지능지수(IQ)가 높다고 하여 머리도 못 가누는 신생아를 엎어서 재우고 두뇌발달에 좋다고 소문난 식품이면 눈을 부라려 가며 억지로 먹여야 직성이 풀린다. 어렸을 때부터 가르쳐야 머리가 좋아진다며 놀고 싶어 하는 아이를 학원으로 내몰고 이 바람에 조기교육을 앞세운 얄팍한 상혼만 재미를 본다. 최근에는 불임부부들을 상대로 여성의 난자를 파는 회사가 등장했는데 IQ가 높은 여성의 난자 값을 갑절이나 비싸게 매겨 놓았다.

▷머리의 좋고 나쁨을 재는 척도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IQ다. 1912년 독일의 심리학자 빌헬름 슈테른이 고안해낸 IQ는 정신연령을 신체연령으로 나눠 100을 곱한 수치인데 150을 넘어야만 천재로 불릴 수 있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드 밀은 IQ가 무려 200이나 되었고 시인 괴테는 190, 상대성이론을 발견했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도 180의 천재성을 자랑했다. 60년대 초 나이 네살에 4개 국어를 구사하고 미적분을 풀어 ‘천재 소년’으로 불렸던 김웅용(金雄鎔)씨의 IQ는 210으로 나왔다.

▷그러나 IQ로만 천재성을 가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열살에 신동, 열다섯살에 재자, 스물이 넘으면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는 일본 속담처럼 어렸을 때 천재로 불리다가 성장하면서 보통사람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머리 좋은 사람으로 기네스북에까지 올랐던 김씨도 지금은 평범한 생활인으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영국의 저명한 심리학자가 ‘영재로 지목되는 아이들은 보통 아이들보다 성장과정에서 감정적 어려움을 많이 겪고 내성적으로 자라나며 불행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한다. 자신이 평범하다는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하며 항상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부모의 극성으로 영재 아닌 영재가 되어 혼자 ‘속앓이’를 하는 아이들은 우리 주변에도 얼마든지 있다. 자신의 아이를 영재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한번쯤 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bb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