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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인종차별철폐회의 폐막]유엔 "노예제는 反인도적 범죄"

입력 | 2001-09-09 18:55:00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유엔 인종차별철폐회의가 8일 노예제도를 반인도적인 범죄로 규정하고 팔레스타인의 자결권 및 독립국 건설 권한을 인정하는 내용의 최종 선언문을 채택한 후 폐막됐다. 이번 회의는 이스라엘을 인종차별국가로 규정하려는 중동국가들의 움직임에 반발해 미국과 이스라엘 대표단이 철수한 가운데 폐막 예정일을 하루 넘기면서까지 격론을 벌인 끝에 최종 선언문을 채택했다.

▽쟁점〓지난달 31일 개막된 회의에서 참가국들은 노예제도에 대한 선진국의 배상 및 사과문제, 이스라엘을 인종차별국가로 규정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유럽연합(EU)과 아프리카 국가간에 쟁점이 됐던 노예제도 문제는 7일 EU 국가들이 노예제도를 ‘인류역사의 비극’ 및 ‘반인종적인 범죄행위’로 인정해 사과하는 대신 아프리카 국가들은 배상 요구를 하지 않기로 합의해 타협이 이뤄졌다.

그러나 중동사태와 관련해 중동국가들은 ‘이스라엘은 인종차별 범죄국’이란 문구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해 진통을 겪다 EU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팔레스타인의 자결권과 독립국가 건설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중립안을 제시해 결국 중동국가들이 이를 받아들였다.

▽의미〓가장 큰 성과는 15세기부터 제1차 세계대전 전까지 약 500년간 자행된 노예제도를 처음으로 국제적인 범죄행위로 명문화했다는 점이다.

수천만명의 아시아 아프리카 희생자에 대한 강대국의 도덕적인 의무를 명시하고 피해국들의 지원을 위한 사회 경제적 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인종차별에 대한 국제사회의 응징을 촉구하고, 이스라엘의 시오니즘(유대인 민족주의)을 비판하면서 팔레스타인의 자결권을 인정한 것도 노예제도의 잔재인 인종차별과 중동유혈사태 해결에 새로운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각국 반응〓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회의에서 채택된 선언문은 인종차별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인종차별철폐회의 사무총장인 메리 로빈슨 유엔인권고등판무관(UNHCHR)은 “이번 회의의 진정한 성과는 앞으로 각국이 인종차별 철폐를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수전 피트먼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이번 회의가 정치적 색채를 띠게 된 데 대해 실망했지만 선언문 자체는 살펴볼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영국과 프랑스 등 EU 국가들은 선언문에 채택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앞으로 이를 실천하는데 역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종차별철폐 선언문 요지■

▼중동사태▼

팔레스타인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공감하며 이들의 양도할 수 없는 자결권과 독립국가 건설 권한을 인정한다. 이스라엘을 포함한 모든 중동 국가는 중동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난민들의 귀환을 보장해야 한다.

▼노예제도 및 식민주의▼

과거의 노예제도 및 노예거래는 인류 역사의 비극이며 반인도적인 범죄라는 점을 인정한다. 당사국들은 빈곤과 저개발, 경제적인 불균형 등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아프리카 및 아시아 피해자들에게 도덕적 의무를 지고 있으며, 악습을 철폐하기 위해 적절하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여성문제▼

여성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불이익과 장애물, 난관을 인정하고 이들에 대한 인종차별행위를 감시하고 평가하기 위한 방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에이즈문제▼

에이즈 감염자와 환자들은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관련 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거나 장애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우려한다.

▼인터넷▼

새로운 정보기술이 인간의 가치와 평등, 타인에 대한 존중 및 관용과는 정반대로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의 선전에 악용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데 대해 우려한다.

stern10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