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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이주희/그린벨트 해제 지역실정 고려를

입력 | 2001-09-09 18:42:00


수도권을 포함한 대도시 지역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일부를 해제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이번 조치에 따라 전국적으로 1억7000만평 정도가 개발제한구역에서 풀리고, 이미 발표한 중소도시의 우선 해제지역까지 합하면 약 5억평에 가까운 토지가 해제된다고 한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환경보전론자들은 개발제한구역의 원상 회복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그린벨트 안에 토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30여년 동안 참고 견딘 것에 비하면 정부의 조치가 미흡하기 짝이 없다고 주장한다. 정부로서는 환경 수혜자의 입장과 구역 안에 사는 주민들의 이해의 틈새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일단, 아무런 보상 없이 토지소유권을 계속 제한하겠다고 강요하는 것은 무리이므로 주민들의 재산권 보장을 강화해 줄 수밖에 없었던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고 싶다. 다만, 해제된 구역의 토지를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게 관리하겠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이번 조치는 지역별로 해제총량과 해제기준을 정해서 시달하고, 구체적인 해제 결정은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결정해 건설교통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그러나 개발제한구역 관리에 소극적인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만 의무와 책임을 요구하기보다는 정부도 다음과 같은 내용의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

첫째, 개발제한구역의 지역별 해제 총량을 정해서 배분하기보다는 지역의 녹지 수요 총량을 산출한 다음 축소 및 확대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개발제한구역이 과다하게 지정된 도시권이 있다면 토지자원의 낭비, 토지소유자의 재산권 침해와 국토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마땅히 축소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도시의 녹지량이 절대 부족한데도 지역적 형평의 차원에서 이번에 일부를 해제하지 않을 수 없는 도시가 있었다면 필요한 양만큼의 녹지를 추가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아울러 강구해야 한다.

둘째, 해제되지 않은 구역에 대해서는 ‘그린벨트 헌장’이나 ‘선언’을 제정하여 정치권, 지방자치단체, 주민 모두가 이를 보전하는 운동을 실천해야 한다. 선언에는 개발제한구역 해제나 완화를 선거공약으로 제시하지 못하도록 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린벨트 개발에 앞장서지 않겠다는 다짐 등을 담아야 한다.

셋째, 개발제한구역의 수혜자에게는 부담금을 부과하고, 피해자에게는 보상을 해줌으로써 사회적 형평을 이루어야 한다. 과거처럼 법과 계획, 단속만으로 개발제한구역을 보전하겠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환경 수혜자의 무임승차에 대해 침묵할 것이 아니라, 환경사용료를 부담하게 하는 동시에 구역 지정으로 인한 재산가치의 하락분을 직간접으로 보전해 주는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과거 30여년 동안 공익이라는 미명 아래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의 토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불이익과 불편을 감수해야 했던 많은 피해자들에게 정부의 이름으로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표명해야 한다.

이주희(국가전문행정연수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