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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말한다]'김치와 우메보시'펴낸 日'고향의집' 윤기씨

입력 | 2001-08-10 18:32:00


일본 오사카와 고베에서 재일동포 노인들을 위한 복지시설 ‘고향의 집’을 운영하고 있는 다우치 모토이(田內基)씨. 그가 일본 사회에서 재일동포들만을 위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던 ‘기적’같은 과정을 ‘김치와 우메보시’(예지)라는 책에 담았다. 일본 집에 전화를 걸어 ‘다우치 상’을 찾은 기자는 한바탕 혼쭐이 날 뻔했다.

“제 이름은 윤기(尹基)입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제가 한국인임을 부정해본 적이 없어요.”

그는 한국인 아버지를 가진,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이다. 단지 일본인인 어머니 집안의 간청에 따라 ‘다우치’ 가문에 입적한 까닭에 ‘법적으로’ 일본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윤씨(‘다우치’라는 이름은 쓰지 않기로 한다)의 태생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목포공생원’을 운영하는 한국인 목사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그는 6·25 전쟁 때 아버지가 행방불명된 데 이어 1968년 어머니마저 타계하자 26세의 나이에 부모님 사회사업을 물려받았다. 목포공생원은 오갈데 없는 거지들에게 안식의 공간을 제공하는 복지시설.

“한 때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부모님이 원망스러웠어요. 하지만 힘이 들 때마다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위안을 얻습니다. 아버지가 거지들의 얼굴을 씻겨주고 있는 사진인데, ‘제가 이 일을 꼭 해야 합니까?’라고 나직이 물으면 사진 속의 아버지는 늘 ‘그렇다’고 말씀해주시지요.”

윤씨는 일본인 아내와 결혼한 후 82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 사회에 적응도 하기 전에 그는 한 재일동포 할머니가 죽은 지 13일이 지나서야 발견되는 사건을 접한다. 이 책에는 그가 이 사건 이후 ‘고향의 집’을 설립하게 된 과정이 소개된다.

“치마저고리를 즐겨 입고 김치를 좋아하시던 일본인 어머니도 돌아가시기 전에 우메보시를 찾으셨어요. 우메보시는 매실장아찌로 일본인들이 김치처럼 먹는 음식이죠. 문득 일본에서 늙어 가는 재일동포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들에게도 일본내에 고향처럼 편안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주변에서는 재일동포 노인들의 복지시설이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윤씨는 ‘꼭 필요한 일은 이뤄지게 돼 있다’는 신념으로 밀어붙였다.

“어느 나라든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더군요. ‘고향의 집’은 그런 사람들의 소박한 정성으로 마련된 것입니다.”

그는 진정한 복지실현을 위해서는 ‘물질적’ 측면보다 ‘정신적’ 측면의 복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재일동포 할머니는 저에게 ‘조선사람은 조선사람끼리 살아야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고향의 집’은 그런 그들에게 정서적 유대감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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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