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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고정관념 깬 '뮤턴트' 20,30대 여성에 인기

입력 | 2001-07-31 18:40:00


인터넷 미팅 알선업체에 근무하는 김지경씨(25)는 가끔씩 사무실 안에 널려 있는 ‘캐릭터 용품’을 보고 놀란다. 워낙 종류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한눈에 확실한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이른바 ‘뮤턴트(돌연변이) 캐릭터’들이 많이 눈에 띄기 때문. 20, 30대 여성이 많이 근무하는 이곳에서는 생활용품에서도 뮤턴트 캐릭터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휴대전화 줄은 물론이고 쿠션 커피잔 물컵 볼펜 전자파차단기 다이어리 쓰레기통 스티커 등에서도 변형된 동물 모양을 찾아볼 수 있다.

▽‘뮤턴트 캐릭터’의 전성시대〓바다, 계곡, 산에서 산다는 제3의 생물체 ‘우미닌(海人)’ ‘타니닌(谷人)’ ‘야마닌(山人)’, 인조인간 강아지 ‘포스트 펫(Post-pet)’과 천재 강아지로 불리는 ‘아프로 캔’, 빵을 굽다가 태워버린 사연을 가지고 있는 ‘코게빵(탄빵)’, 자다 깬 고양이 같은 이미지의 ‘슬리핑 코’….

대부분 일본에서 건너 와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뮤턴트 캐릭터들이다. 이목구비, 몸의 모양 등이 단순하게 왜곡돼 있지만 ‘엽기토끼’처럼 엽기적이라고만 일축하기엔 설명이 부족하다.

사람도 아니고 동물도 아닌, ‘어색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살벌한 표정, 우울한 표정 등 ‘밝지 않은 표정’을 지닌 것들도 많고 ‘다레 판다’처럼 죽어 있는 팬더곰에서 모티브를 딴 것도 있다. 반면 ‘모모 판다’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복숭아와 곰을 섞어 놓았다. 곰처럼 생긴 복숭아이기도 하고, 복숭아 같은 곰이기도 하다.

‘아프로 켄’은 심리 상태에 따라 보글보글 볶은 파마머리와 염색머리를 비롯, 엘비스프레슬리처럼 앞머리를 세우는 등 여러 헤어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복잡다단한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잘 반영하려는 듯 보인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에 있는 ‘아니 랜드’에서 만난 이현정씨(23·한국외국어대 3년)는 “이들 캐릭터는 첫 눈엔 그렇게 화려한 이미지가 아니지만 보면 볼수록 실체가 궁금해지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왜 ‘돌연변이 캐릭터’인가〓뮤턴트 캐릭터는 대중으로부터 친근감을 얻기 위해 실제 인간보다 강하고 빠르거나 착하고 똑똑한 이미지를 가졌던 예전의 이상주의적(Idealistic) 캐릭터와 다르다. 이들과는 다른 차원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고려대 성영신 교수(심리학과)는 “뮤턴트 캐릭터는 어눌하고 소박한 서민 대중, 심지어 약자의 모습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금은 모자라 보이는 캐릭터인 탓에 역설적으로 ‘소외된 현대인’의 충실한 벗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cij1999@donga.com

◈캐릭터용품 주고객은 20,30대

캐릭터 문양을 넣은 생활용품은 20, 30대를 대상으로 한 것이 많다. 스니커즈나 파운데이션 용구 같은 패션용품, 커피포트 CD롬 등 전자제품, 고무튜브 스노보드 등 레저용품 등을 캐릭터 숍에서 구경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동차용 핸즈프리, 핸들커버, 방향제, 인형 등도 자주 볼 수 있는 품목이다.

서울 압구정동의 캐릭터숍 ‘여기네(Yogine)’ 김정수 사장은 “캐릭터 제품 중 액세서리 같은 단일품목에 대한 유행은 10대에서 이루어질지 모르지만 주 고객층은 역시 20대 중반 이후”라고 말한다.

일본 문화평론가 김지룡씨는 “유년기 시절 ‘일본 문화’라는 분명한 인식 없이 마징가Z, 아톰 등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공중파 TV를 통해 즐길 수 있었고 여기서 파생된 캐릭터제품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감정을 지녔던 것이 지금의 20, 30대”라며 “캐릭터 상품에 대해 이들이 보여주는 지속적인 구매력도 이런 시대적 배경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귀여운 공룡 모양의 ‘도라에몬’이 탄생 30주년을 맞아 유년기를 도라에몬과 함께 보낸 30대 이후 연령층에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