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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진출 붐의 허실]'중국의 추월' 가시화…첨단기술도 위협

입력 | 2001-07-13 18:46:00


최근 들어 삼성 LG SK 등 대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러시를 이루면서 재계는 ‘중국 신드롬’에 휩싸여 있다. ‘중국〓약속의 땅’이라는 명제가 당연시되면서 지금 중국시장에 뛰어들지 않으면 경쟁에서 완전히 낙오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의 내수시장이 매력적이고 중국경제의 잠재력이 엄청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기업들이 마냥 들떠서는 곤란하다고 충고한다. 제품 품질과 기술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중국시장 공략은 고사하고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시장까지 중국제에 내줘야 하는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는 설명.

실제로 일부 성공사례에도 불구하고 ‘중국 안에서 치이고 밖에서도 밀리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 위기감 팽배〓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일본 대만 미국에 이어 4위의 수입국이다. 다른 나라들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한국은 99년에 94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전통적인 효자품목은 석유화학 섬유 제지 전자제품류. 하지만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좁혀졌거나 추월당하는 분야가 속출하면서 수출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특히 섬유업계가 갖는 위기의식은 심각한 수준이다. 폴리에스테르 가운데 범용성 직물과 의류는 중국이 앞섰으며 염색 가공기술 등이 들어가는 일부 고급제품만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섬유산업연합회 김인철 과장은 “한국 일본 등 섬유 선진국들이 중국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진출하는 과정에서 선진기술이 중국으로 빠르게 이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지업종의 간판상품인 아트지의 경우 작년까지는 한국제품이 잘 팔렸지만 최근 상하이 인근에 중국업체가 대량 생산체제를 갖추면서 한국의 수출물량이 크게 줄었다.

한국은행은 “중국이 10년 정도 시차를 두고 한국을 추적하고 있지만 컴퓨터와 유무선통신기기 등에서는 그 격차가 훨씬 빨리 좁혀지고 있다”고 밝혔다.

▽바깥 무대에서도 밀려〓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중국에 밀린 지는 오래됐지만 최근 들어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양상.

한국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90년 3.7%에서 지난해 2.3%로 떨어진 반면 중국제 비중은 3.1%에서 8.2%로 치솟았다.

문제는 중국이 값싼 인건비를 무기로 하는 단순 잡제품뿐만 아니라 기술력이 있어야 만드는 정밀기계 분야에서도 한국을 앞섰다는 점. 기계 및 수송기기 분야의 시장점유율은 중국이 2.4%로 한국(1.6%)을 따돌렸으며 이 같은 현상은 일본도 비슷하다.

세계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품목 수도 중국은 1400여개로 한국(482개)을 압도한다.

한국경제연구원 박승록 연구위원은 “반도체 조선 철강 섬유 화학 등 기존 주력산업내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대표상품을 새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