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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한국인 평균얼굴은 전도연"

입력 | 2001-06-13 18:26:00

두명씩 합성해 8명 얼굴을 만들고다시 합성, 평균얼굴을 만들었다. [연세대]


“거리에서 유심히 보면 자신에 맞는 눈썹을 그리고 다니는 여성이 거의 없어요.”

태평양 미용연구팀 이정원씨는 요즘 거의 매일 연세대 심리학과 연구실로 찾아가 컴퓨터에 담은 수백 명 여성의 얼굴과 씨름하고 있다. 자신의 얼굴 유형에 적합한 화장법을 찾아주는 메이크업 시뮬레이터를 개발하기 위해서이다.

다음 달 이 시뮬레이터가 인터넷 beautydream.com에서 가동되면 컴퓨터가 얼굴 유형을 분석해 ‘쪽집게’ 화장법을 추천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면접, 파티 등 상황에 따른 화장법도 알려준다.

그렇다면 ‘미인 제조 컴퓨터’가 추천하는 아름다운 모습은 무엇일까? 정답은 자신과 얼굴유형이 비슷한 사람들의 ‘평균 얼굴’이 되도록 화장을 하는 것이다.

이 시뮬레이터는 모든 사람의 얼굴을 9개의 범주로 분류한 뒤 그 범주의 평균 얼굴과 비슷하게 보이도록 눈썹을 그리고 립스틱과 섀도우를 바르도록 프로그램 되어있다.

연구팀은 “평균얼굴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얼굴 합성을 통해 알게 됐다. 즉 여대생 379명의 얼굴을 촬영해 미간, 입술 두께 등 얼굴 내부 특징점과 얼굴 외각형을 컴퓨터에 좌표값으로 입력하고, 이 값을 평균해 새로운 얼굴을 합성한 것.

이 작업을 맡은 연세대 박수진 박사는 “많은 사람의 얼굴을 합성할수록 거부감 없는 ‘이상적인 얼굴’이 만들어지는 데 놀랐다”고 말한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최근 열린 한국감성과학회에 ‘한국인 20대 여성 얼굴의 수치 및 감성구조 분석’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책임자인 연세대 심리학과 정찬섭 교수는 “어디선가 본 듯하고 친숙한 평균 얼굴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한국 뿐 아니라 어느 문화권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정 교수는 “문화적 영향을 적게 받은 아기조차 평균 얼굴을 선호한다는 외국의 조사 결과를 놓고 볼 때 ‘평균 얼굴’은 생태학적 가치를 갖고 있는 게 분명하다”며 “특히 인간은 진화심리학적으로 여성의 평균얼굴을 다산성과 건강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사람의 얼굴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 사이에서는 ‘평균 가설’과 ‘특징 가설’이 대립돼 왔지만, 보통사람들에게는 ‘평균 가설’이, 미인에게는 ‘특징 가설’이 옳다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지고 있다. 평균 가설은 ‘평균 얼굴’이 아름답다는 것이고, ‘특징 가설’은 미인의 얼굴 특징을 과장할수록 예뻐진다는 것이다.

지난 94년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서양인과 일본인 60명의 얼굴을 합성한 결과 ‘평균 얼굴’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중 미인 15명의 평균 얼굴을 만들어 눈 코 입을 약간 더 크게 과장해 새 얼굴을 만든 결과 60명의 평균 얼굴보다 더 아름답게 나타난 것.

이런 현상은 연세대 연구팀이 국내 연예인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즉 연예인 거의 대부분이 ‘평균 얼굴’이 아니라 날카로운 얼굴 유형에 속했기 때문이다.

93명의 연예인들 가운데 영화배우 전도연이 가장 한국인의 평균 얼굴에 가까웠지만, 그녀를 빼어난 미인으로 꼽는 팬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오히려 379명의 여대생들은 가장 닮고 싶은 연예인으로 심은하(26%) 김희선과 고소영(각각 11%) 이영애(7%) 송혜교 (6%) 전지현(4%)을 꼽았다. 이들은 모두 한국인의 평균 얼굴보다 눈 코 입이 큰 날카로운 계열의 얼굴을 갖고 있다. 평범한 얼굴을 가진 여성은 평균 얼굴에 가깝게 화장해 자신의 단점을 감추고, 미인은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올바른 화장술인 셈이다.

do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