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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영언/'성공 총량'

입력 | 2001-05-30 18:56:00


한국 부모들의 자식사랑은 유별나다. 남다른 교육열도 여기에서 나온다. 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과외비 부담으로 아무리 가계가 휘청거려도 꿈을 버리지 않는다. 아이가 수험생이거나 시험기간을 맞으면 함께 밤을 보내며 공부를 독려한다. 그래서 ‘엄마 경쟁력이 곧 아이 경쟁력’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이와 관련해 교육학자 정범모 교수가 제시한 하나의 가설이 재미있다. 그는 ‘한국의 교육세력’이라는 책에서 ‘세대간 손익의 제로섬 게임’이란 다소 어려운 용어를 사용해 이를 설명하고 있다. 부모가 자신의 일을 성취하는 데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아이는 그만큼 자기실현에는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이다. 거꾸로 부모가 아이를 위해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자신은 손해를 볼지 모르나 아이는 이득을 얻는다는 것이다. 어느 경우에나 두 세대의 손익은 합해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가 된다.

▷이를 쉽게 ‘성공 총량(總量)’이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모자식간의 성공 총량은 똑같아서 한쪽이 차면 다른 쪽은 기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성공한 사람들이 자식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자신의 성공이 꼭 자식의 성공까지 담보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크게 내세울 것이 없는 평범한 부모 밑에서 훌륭하게 성장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성공한 예술가나 스포츠맨의 뒤에는 자신을 희생한 부모가 있다.

▷물론 이 가설이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관심의 방식이 아닐까 싶다. 인성 창의성 등은 외면한 채 무조건 공부만을 강요하는 것이나, 지나친 승부의식의 강조가 아이를 건전하게 성장시키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무관심’도 ‘지나침’도 모두 문제인 것이다. 교육학자들은 부모가 무슨 특별한 일을 하기보다는 아이와 ‘그냥’ 함께 있어주면서 책을 읽거나 조그만 일에도 칭찬해주거나 하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얘기한다.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young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