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대우차, 이번엔 실수 없어야

입력 | 2001-05-30 18:44:00


우여곡절 끝에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와 대우자동차 매각 협상이 급물살을 타 한국경제의 불안 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 대우자동차 매각 협상의 주된 쟁점은 가격 고용승계 부평공장의 처리 등 세가지로 모아질 전망이다.

GM의 인수 희망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작년 초 국제입찰시 제시했던 가격의 절반에 못 미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GM은 50억달러를 제시해 70억달러를 적어낸 포드자동차에 우선협상권을 빼앗겼으나 GM은 이제 10억∼20억달러를 제시하리라는 것이 경제분석가들의 예측이다.

협상력 부족으로 포드에 농락당한 결과 대우자동차에 돈은 돈대로 쏟아 붓고 부실은 불어나고 가격은 반값 이하로 떨어졌으니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른 셈이다. 이번 GM과의 협상에서 포드 때의 실수를 되풀이한다면 그때보다 더 참담한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

대우자동차는 경영정상화가 최우선 과제이다. 주인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 방치되면 부품업체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대우가 땀흘려 쌓아놓은 국내외 판매망 인지도 등 유무형의 가치가 급격하게 손실될 것이다. 헐값 매각 등의 비난여론이 두려워 가격에 지나치게 연연해서는 안 된다.

수많은 근로자들의 일자리와 관련된 고용 승계 문제는 누구도 선뜻 용기 있는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포드 GM 등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세계시장의 공급 과잉으로 북미공장의 인력을 대규모 감축하는 마당에 대우자동차의 고용을 완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협상하는 동안만이라도 대우자동차 노사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기업의 가치가 높아지고 고용이 승계되는 근로자가 한명이라도 더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인천에서 가장 많은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는 부평공장이 인수대상에 포함되기를 바라지만 GM은 낡은 시설의 공장에 매력을 느끼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부평공장의 처리와 관련해서는 지역사회 경제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 협상을 전후해 중앙정부와 인천시 그리고 산업은행의 긴밀한 협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인수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협상의 세부적인 조건들이 흘러나와 여기저기서 훈수를 두고 노조와 부품업체 지역사회 등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하면 결코 협상이 성공할 수 없다. 협상대표들이 소신껏 타결지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