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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법무 경질]정권용 짜맞추기 인사…국정운영 심각한 타격

입력 | 2001-05-23 18:16:00

안동수 前법무장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3일 ‘충성 문건’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한 안동수(安東洙) 법무장관을 전격 경질했으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권의 인사시스템과 국정운영방식에 대한 총체적 재점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대선을 의식한 무리수〓정치권에선 이번 법무장관 인사가 신승남(愼承男) 대검차장을 검찰총장으로 미리 정해 놓고, 이에 맞춰 상급자인 법무장관을 고르는 식으로 이뤄졌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이같은 인사는 궁극적으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믿는 사람을 검찰총장에 앉혀야겠다는 정치적 고려에서 비롯됐다”며 “이처럼 무리한 인사를 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여권의 안이한 상황인식이 더 큰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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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이석연(李石淵) 사무총장은 “정권 담당자들이 개혁이 지지부진하고 민생이 파탄 지경에 이른 데 대해 초조해하는 것 같다”면서 “이로 인해 정권 재창출에 더 집착하고, 따라서 인사도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사시스템도, 대응방식도 문제〓안 전 장관의 기용에 대해서는 검찰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자질과 능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라는 지적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내각 개편 등의 인사가 공식라인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비선 조직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인사시스템의 부재가 최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파문에 대한 정부의 대처방식도 졸속과 거짓말로 얼룩져 여권의 도덕성을 크게 훼손시켰다. 청와대 정부, 여권 핵심 관계자들은 파문이 터지자 “안 전장관 본인이 문건을 작성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거나 “해프닝에 불과하다”며 사안을 축소시키기에 급급했다.

▽커지는 문책론〓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임채정(林采正) 의원 등 ‘열린정치포럼’ 소속 의원 9명은 23일 저녁 모임을 갖고 안 전장관을 대통령에게 추천한 사람을 찾아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에는 김중권(金重權) 대표도 참석했다.

모임에선 “안 장관 사퇴 파동으로 당과 정부가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며 “추천자를 끝까지 찾아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일부 참석자는 “청와대가 안 전장관을 당에서 추천했다고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 시스템 부재(不在)〓이 정부 출범 이후 계속 나온 얘기지만 적절한 인사 시스템의 부재 또한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번 인사에 대해서는 검찰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자질과 능력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라는 지적이 많았던 게 사실. 민주당에선 “안 전 장관을 추천한 사람을 문책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한 핵심당직자는 “내각 인선을 비롯한 전반적인 인사가 공식 라인이 아니라 비선 조직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한 사람은 반드시 문책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처방식의 문제〓파문에 대한 정부의 대처 방식마저도 졸속과 거짓말로 얼룩져 여권은 도덕성까지 크게 훼손시켰다.

청와대와 여권의 핵심 관계자들은 파문이 일자 “안 전 장관 본인이 작성하지 않았을 것”이라거나 “해프닝에 불과하다”며 사안을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법무부는 심지어 21일 오후 9시10분 해명서를 통해 “안 전 장관은 문제의 문건을 보지도 못했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총체적 재점검과 시스템 운영〓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 여당은 인사정책은 물론 국정 전반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사와 정책을 무리하게 정권 재창출 욕구에 맞추려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김석준(金錫俊)교수는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때 정권 재창출도 가능한 것”이라며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마음의 여유를 갖고 객관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공식 논평을 통해 “고위 공직자에 대한 자질과 경력 경험 등을 충분히 검증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이 문제”라면서 공무원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을 요구했다.

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