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인터넷뱅킹은 외형상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인터넷뱅킹을 위해 등록한 사람이 529만명으로 작년 12월보다 29.5% 늘어났다. 전체인구의 8명 중 1명에 해당되는 것으로 비율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월스트리트저널 보도)이다.
다만 이용이 대부분 계좌조회 등에 머물고 있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먼 실정이다. 3월중 인터넷뱅킹 이용건수는 4454만건이나 됐으나 조회건수가 82.3%를 차지한다. 인터넷을 통해 대출을 신청한 것은 0.4%에 불과하고 실제로 대출이 이뤄진 것은 0.1%다. 게다가 은행 증권 보험 등 영역별로 업무가 나누어져 있는 점도 인터넷뱅킹의 큰 걸림돌.
“인터넷뱅킹이 이뤄지려면 미국의 이트레이드나 모닝스타처럼 은행 투신 보험 신용카드 등 모든 금융분야에 걸친 상품을 골고루 갖춰놔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은행은 은행, 보험은 보험, 투신은 투신 상품만 팔 수 있어 제한이 많다”(주택은행 윤재관 경영전략팀장)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순수 온라인뱅킹보다는 기존의 오프라인과 연계시킨 결합형 인터넷뱅킹이 활성화되고 있다. 수익창출 목적보다는 비용절감에 무게중심이 놓여있는 셈이다. 인터넷뱅킹이 조회나 계좌이체 등 단순서비스에 그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은행 등 금융기관 안에서 인터넷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도 걸림돌. 일선 지점 직원들은 인터넷뱅킹하면 해당팀에서나 하는 것으로 알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인터넷뱅킹이 활성화되면 직원 감축으로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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