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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서울시 대안학교 '하자센터'

입력 | 2001-04-24 19:29:00


◇"판박이 수업 그만" 놀이하듯 일-학습

‘컨베이어 벨트 교육을 벗어던져라.’

학교가 무너지면서 교문 밖으로 나와 거리를 헤매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서울시내 중고교에서 중도 탈락한 청소년은 1만7000여명에 달한다. 실험적인 발상과 대안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이들 ‘학교 밖 청소년’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는 공간이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자리잡은 대안학교인 ‘하자센터’가 그 곳이다.

▽교과서-칠판 없이 자유토론

공식이름은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그러나 일탈한 청소년들을 제도권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공교육의 냄새는 전혀 나지 않는다.

20일 오후 하자센터 1층 휴게실. ‘소녀들의 페미니즘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판돌이’(선생님을 일컫는 말)의 작은 토론회가 열렸다.

“왜 페미니즘을 얘기하는데 남자 애들은 빠지고 우리 여자들끼리만 얘기하는 거죠.”

“저도 쭌쭌의 지적이 맞는 것 같아요.”

“맞아. 그게 기성 페미니즘의 맹점 가운데 하나였거든.”

교과서도 칠판도 없는 자연스러운 토론과정에서 페미니즘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자연스레 흘러나온다.

센터의 특징은 이처럼 일과 놀이를 분리시켜온 제도적 교육의 틀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놀듯이 토론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배움이 이뤄진다는 것.

그 아래 지하 합주실에선 록밴드의 신나는 음악소리가 흘러나오고 작업장마다 자기가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들거나 컴퓨터를 이용해 영상물을 만들고 있다. 놀면서 일하다 지치면 옆의 ‘쉬자방’에 들어가서 음악을 틀어놓은 채 잠을 자도 된다.

센터를 기획, 운영하고 있는 조한혜정 관장(연세대 교수·사회학)은 이곳을 ‘일과 학습을 한꺼번에 이루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의 청소년 공간’으로 정의한다. 일과 놀이의 엄격한 분리, 곧 교실 안과 밖의 구분을 허무는 실험적인 공간이라는 것이다.

◇제도권 탈락 '10대들의 場' 각광

따라서 하자센터의 공간은 강의실이나 교실이 아니라 ‘작업장’이다. 시각디자인과 영상디자인, 웹작업장 등 5개의 작업장에서 학생들은 ‘판돌이’들의 지도를 받아가며 하고 싶은 일, 만들고 싶은 것에 몰두한다. 센터 안팎의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해 자기기량을 펼치는 페스티벌도 수시로 열린다.

전효관 부소장(사회학박사)는 “청소년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잘못된 ‘무엇’을 하는 게 아니라 ‘무엇’을 하려는 의지나 동기조차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라며 “청소년들에게 ‘스스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판’을 벌여주는 것이 센터와 판돌이들의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실험적인 대안교육의 장이 학교를 일탈한 청소년들의 수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 현실. 정부도 대안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적극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하나가 하자센터의 경험을 토대로 민간의 탈학교 교육모임과 공공 교육기관들을 연결하는 ‘대안교육지원센터’다. 올 하반기에 문을 열 지원센터는 좀 더 체계화된 교육시스템과 다양한 공간을 조성, 학교에 가지 않고도 직업연마와 학습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02―677―9200

◇7가지 권리와 의무

1.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해야 할 일 도 할 거다.

2.나이 차별, 성 차별, 학력 차별 안 할 거다.

3.어떤 종류의 폭력도 행사하지 않 을 거다.

4.내 뒤치다꺼리는 내가 할 거다.

5.정보와 자원은 공유한다.

6.입장 바꿔 생각할 거다.

7.약속은 지킬 거다. 못 지킬 약속은 안 할 거다.

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