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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송환 이후]美-中사태 일단 큰고비 넘겨

입력 | 2001-04-12 01:13:00


미국 정찰기 승무원 송환 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악화일로를 치닫던 미국과 중국 관계에 일단 숨통이 트이게 됐다. 그러나 정찰기 기체 반환과 배상문제 등을 놓고 양국은 또다시 지루한 줄다리기를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찰기 기체 반환과 배상문제는 승무원 송환문제보다 복잡한 데다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쉽게 풀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충돌사고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충돌사고 지점이 공해 상공이라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에 보낸 사과 서한에서도 정찰기가 중국 영공을 침범해 사고를 일으켰다는 점은 명시하지 않은 채 단지 충돌사고 후 긴급피난을 위해 중국 영공을 침범했다는 점에 대해 사과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미국이 사고 경위 조사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증거가 될 정찰기 기체가 중국에 있는 데다 주요 비행정보들도 승무원들이 이미 파괴한 것으로 알려져 결론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고 원인에 대한 입장도 서로 엇갈리고 있다. 미국은 중국 전투기가 지나치게 근접해 요격하다 사고를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미국 정찰기가 중국 전투기를 향해 급회전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서로의 주장이 맞서는 한 배상문제도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미국측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배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충돌 사고에 대한 미국의 잘못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양국은 이번 사건으로 관계가 이미 상당히 악화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최악의 사태를 피하게 됐다고 하더라도 관계 복원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관측이다.

미국에선 사건 발생 후 의회와 행정부는 물론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중국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게 확산됐고 중국에서도 반미감정이 크게 높아져 양국의 자존심 대결로 인한 감정의 골을 메우기는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예우했던 것과는 달리 ‘전략적 경쟁자’ 내지 ‘잠재적 적’으로 간주해 이번 사건 발생 전부터 양국 관계는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었다.

중국은 부시 행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국가미사일방어(NMD) 계획이 사실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반발해 왔다. 또 미국이 대만에 이지스급 구축함 판매를 고려하는 것도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가 중국의 2008년 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전달한 것을 비난하는 서한을 주미 중국대사 명의로 미 의원들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중국 인권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신경전도 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복병이다. 또 미국 내에선 6월 3일로 시한이 만료되는 중국에 대한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지위의 연장을 놓고 격론이 벌어질 수도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번 사건이 빨리 해결되면 훼손된 양국 관계의 복원이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제반 여건은 그리 만만치 않다. 미중 관계는 위태로운 한 고비를 간신히 넘게 됐지만 첩첩한 난제가 여전히 앞을 가로막고 있다고 할 수 있다.

ljhzip@donga.com

▼정부 "사태 원만해결 환영"▼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11일 비공식 논평을 통해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 충돌 사태가 원만히 해결돼 중국이 미 승무원들을 송환키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cc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