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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투철한 실험정신…가난도 못꺾은 예술혼

입력 | 2001-04-10 19:02:00


고암 이응노(1904∼1989)가 남긴 작품 가운데 1960년대 전반기의 콜라주 작업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60년대 이응노 콜라주전’이 13일부터 6월29일까지 서울 평창동 이응노미술관(관장 박인경)에서 열린다.

이응노미술관이 지난해 11월 가진 개관 기념전 ‘42년 만에 다시 보는 이응노 도불전’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한 전시회.

고암에게 60년대 전반기는 투철한 실험정신과 창작열로 왕성한 예술혼을 불태우던 시기. 고국을 떠나 독일을 거쳐 1960년 파리에 정착한 고암은 가난에 쪼들려 물감 구입비 조차 없어 컬러 잡지를 찢어 붙여 콜라주 작품을 만드는데 몰두했다.

당시 파리 화단에서는 벽지 신문지 헝겊 등을 화면에 붙이는 콜라주 작업을 많이 하긴 했으나 고암은 이들과 달랐다. 그는 종이를 찢고 자르고 구겨서 붙일 뿐 아니라 그 위에 다시 수묵이나 담채로 다양한 마티에르를 표현, 종이조각과 화면의 조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콜라주를 선보였던 것.

서울대 김영나 교수(미술사)는 “60년대초 콜라주 작업을 통해 고암은 파리 화단에서 뿌리를 내리게 된다”면서 “이 시기에 작품 세계도 구상에서 추상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을 이뤘다”고 설명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암의 60년대 콜라주 작품 25점 이외에 59년 독일에서 그린 추상화 2점, 70∼80년대 콜라주 작품 13점 등 총 40점이 나온다. 60년대 이외의 출품작은 작품 세계의 변천을 보여주기 위한 것. 전시장이 좁아 20점씩 1차(13일∼5월20일)와 2차(5월23일∼6월29일)로 나눠 전시된다.

60년대의 콜라주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무채색을 많이 사용해 어두우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게 특징. 작품에 따라서 ‘세월의 풍상에 마모되고 이끼 낀 옛 비석의 표면’이나 ‘별들이 촘촘히 박힌 밤하늘’과 같은 느낌을 주거나, 고암 예술의 후반기에 활짝 꽃을 피우는 ‘문자추상’의 단초적 형태가 나타나기도 한다.

13일 오후 4시 개최되는 전시개막 행사에서는 제1회 고암 학술논문대회 수상자들에 대한 시상식도 함께 열린다. 02―3217―5672/www.ungnolee―museum.org

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