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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출간, 여성의 눈으로 영화사 정리

입력 | 2001-04-02 18:54:00


다른 사람의 아내에 대한 존칭어인 ‘부인’이 ‘애마부인’ ‘젖소부인’처럼 불륜을 저지른 유부녀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여성 촬영기사는 누구이고, 그들은 어떻게 일했을까.

1954년부터 1989년까지 약 50년간의 한국영화사를 여성의 시각에서 다시 쓴 ‘한국여성영화인 사전’(도서출판 소도·2만5000원)이 최근 출간됐다.

이 책은 여성문화예술기획이 1999년 개최된 제2회 서울여성영화제의 후속 프로젝트로 기획한 것. 영화평론가 변재란, 주진숙 중앙대교수, 장미희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교수 등 3명의 책임연구원을 비롯해 21명이 달라붙어 자료 조사와 52명에 대한 인터뷰를 거친 끝에 2년만에 빛을 보게 됐다.

이 책에 수록된 여성영화인 252명의 인명사전은 세월에 묻힌 여성영화인들을 발굴해낸 흔치않은 자료다.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인 박남옥을 비롯해 50년대 미국 유학을 다녀왔으나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불행한 여배우였던 강숙희 등 알려지지 않은 여성 영화인들이 소개됐다.

이 책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영화속 여성의 이미지를 통해 한 시대 대중문화의 윤곽을 그려냈다는 점. 아름다운 악녀의 시대였던 50년대 영화 ‘자유부인’이 사회에 끼친 영향, 억센 여자들이 근대화의 주체로 부상하던 60년대, 70년대의 국책영화와 청년영화, 80년대의 하이틴 스타와 에로 스타 등 시대와 영화, 시대와 여성의 관계를 분석했다.

50,6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영화배우 최은희에게 온 “최은희 언니댁의 식모가 되고 싶다”는 팬의 편지 등 ‘사전’의 딱딱한 이미지를 깨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풍성하다.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