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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입자물리학 '표준모형' 입지가 흔들린다

입력 | 2001-03-14 18:49:00


40여 년 가까이 물리학계를 지배해온 표준모형(Standard Model)이 새로운 발견으로 점차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 브룩헤이븐 국립 연구소는 미국 러시아 일본 독일의 11개 연구소와 공동으로 입자 물리학의 표준모형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실험적 결과를 얻었다고 저명한 물리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 12일자에 발표했다.

1960년대 이후 확립된 표준모형은 1940년대와 1950년대 발견된 수많은 소립자의 상호작용을 밝힌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모든 물질은 12개의 기본입자 즉 6개의 쿼크와 6개의 경입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금까지 알려진 4가지 힘 가운데 중력을 제외한 나머지 힘들인 전자기력 강력 약력을 통합해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연구자들은 표준모형이 제시한 12개의 기본입자들의 작용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측정결과를 얻었다.

연구자들은 경입자 중 하나인 뮤온(μ)이 자기장이 걸려 있는 지름 14m의 뮤온 저장링 속에서 빛에 가까운 속도로 돌면서 전자와 뉴트리노로 붕괴될 때 나오는 전자를 관찰해 붕괴 당시 뮤온의 정보를 얻었다.

링 속은 진공이지만 양자이론에 따르면 순간적으로 입자들이 생기고 소멸한다. 뮤온은 링 속을 돌면서 이런 입자들과 부딪치는데 표준모델은 이런 충돌이 일어날 때 뮤온이 받는 영향을 1천만 분의 6의 정확도로 계산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때의 영향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에너지가 높은 뮤온을 얻을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초전도 자석과 정확도와 민감도가 아주 높은 검출기를 만들었다. 여기서 얻은 뮤온 붕괴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마침내 측정값이 표준모형의 예측 범위를 벗어나 있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이것은 뮤온이 저장링을 돌 때 표준모형이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입자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사실 지금까지 행해진 모든 실험의 결과는 표준모형을 써서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자들은 끈질기게 표준모형을 반박하는 실험 결과를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 98년 물리학자들은 ‘뉴트리노 진동실험’을 통해 뉴트리노가 질량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해 표준모형의 불완전함을 처음으로 증명했다. 표준모형에 따르면 경입자인 뉴트리노는 질량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의 실험이 추가됨으로써 요지부동일 것만 같았던 표준모형은 몇 년 사이에 두 번의 강펀치를 맞은 꼴이 됐다.

공동연구팀의 대변인인 미국 보스턴대 물리학자 리 로버트 교수는 “이번 실험결과는 99% 이상 확실하다”며 “새로운 발견은 표준모형을 확장한 초대칭이론 같은 새로운 이론 연구에 불을 당길 것”이라 말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정식으로 논문이 발표되기 전부터 서울대 물리학과 김진의 교수팀과 송희성 교수팀 등 전 세계 30여 곳의 물리학자들이 이 논문을 인용한 논문들을 발표하고 있다.

그동안 물리학자들은 보다 완전한 이론을 찾는 과정에서 표준모형의 근본적인 결함을 찾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초대칭이론 등 새로운 이론을 내놓았다. 고등과학원 김정욱 원장은 “초대칭이론이 성립하려면 표준모형의 기본 입자마다 각각 초대칭 입자가 있어야 한다”며 “이번 실험은 그런 입자가 실제로 존재함을 암시하는 최초의 발견”이라고 말했다.

alchimist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