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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며 생각하며]주혜경/어머니, 네티즌이 되세요

입력 | 2001-03-14 18:29:00


지난달 말 싱가포르의 ‘Safe Surf 2001’ 행사에 다녀왔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학부모정보감시단처럼 가난한 시민단체가 그래도 국제행사에까지 참여하다니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해정보 차단은 부모의 몫▼

인터넷 유해환경으로부터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좋은 콘텐츠를 개발해야 할 산업계의 의무는 무엇이며, 사회와 학교 그리고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을 논의하는 심포지엄이었다. 행사에는 싱가포르의 정부 관리, 교사 그리고 학부모는 물론이고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호주 캐나다 등과 아프리카 모리셔스에서 온 우리보다 더 가난한 시민운동단체(NGO) 대표까지 수백명이 참가했다.

발표자들은 ‘포식자(Predator)’ ‘아동 성폭행자(Child molester)’ ‘안전성(Safety)’ 등에 대해 열렬하고 진지하게 토론했다. 어디에나 돈만 알고 도덕이나 양심을 내팽개친 악덕업자도 많고, 정신병자와 범죄를 일삼는 위험한 사람들이 넘친다. 이른 바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유해정보를 무제한적으로 유통시키는 행위를 부추기며 인터넷의 ‘자정 능력’과 청소년의 정보 선택 권리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도 자신의 자녀가 인터넷 음란물과 폭력물에 중독되거나 사이버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면 아마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엄청난 멀티미디어의 영향력이 사람의 가치관을 무섭게 왜곡하고, 윤리의식을 마비시키고, 삶을 피폐하게 만든 사례는 너무도 많다.

사이버공간을 배회하는 위험한 자들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일은 먼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지혜로운 부모의 몫이다. 아울러 선량하고 부지런한 시민의 공동의무일 수밖에 없다. ‘Safe surf 2001’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은 인터넷 유해정보의 해악에서 자녀를 보호하는 일은 시민운동으로 전개하는 것이 마땅하며 국제적인 공동대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내 아이가 모르는 사람들과 번갈아 가며 5, 6시간씩 전화로 대화한다면 걱정하지 않을 태평한 부모가 있을까? PC방에서 아이들은 길게는 한번에 10시간까지도 채팅을 계속한다. 누구와 하는가? 여고생을 가장한 40대 남자일 수도 있고, 여대생을 가장한 남자 중학생일 수도 있다. 요즘은 서로 벗은 몸을 보여주며 음란한 대화를 나누는 화상 채팅이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이라고 한다. 이런 분위기이다보니 채팅이 소위 ‘번섹’이나 원조교제로 이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이웃 어른을 만나면 인사하라고 가르치고 친구를 집에 데려오면 가정환경이니 뭐니 꼬치꼬치 캐묻는 어머니들도 자녀가 인터넷에서 욕설과 저속한 성적 표현으로 상대방의 인격을 짓밟고 사이버 성폭력을 일삼는지에 대해서는 알아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예절을 가르치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런 마당에 누가 누구를 탓할 것인가?

자식교육이라면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우리나라 열성 어머니들이 대체 어찌된 일일까. 컴퓨터니 인터넷이니 도무지 어렵고 무서워서 그런다고 하지만 우리 어머니들처럼 적극적이고 힘센 분들께 대체 어렵고 무서울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무료 교육은 또 얼마나 풍성하게 제공되는가. 주변에서만 찾아봐도 가르쳐줄 사람은 많을 것이다.

▼본인의 평생교육 효과도▼

어머니들이 먼저 배워야 한다. 배워서 자녀들과 함께 드넓은 인터넷의 세계를 항해하며 자녀의 학습을 도와주고 자녀의 지적 성장 과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어려서 처음 컴퓨터를 배울 때부터 자녀와 함께 하면서 자주 대화하고 아이에게 진정한 사랑과 믿음을 가르친 어머니라면, 제일 위험하다는 10∼13세의 고비를 안전하게 넘길 수 있다. 그렇게 자라서 17∼18세쯤 된 아이는 포르노나 엽기 사이트를 찾아다니거나 폭력 게임을 해도 기본적인 판단력과 믿음이 있기에 간섭할 필요도 없고 그런 데에 중독되거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는 크나큰 불행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은 어머니 본인의 평생 학습의 꽃을 활짝 피우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너무도 좋은 무료 사이트가 너무도 많다. 그리고 우리처럼 외롭고 가난한 시민단체에도 어머니들의 무한한 힘을 조금씩이나마 보태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주혜경(학부모정보감시단 단장)hkjoo@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