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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여야 영수회담 열어야 한다

입력 | 2001-03-12 18:47:00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총재간의 여야(與野) 영수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현재 보이고 있는 반응은 회의적이거나 부정적이다. 청와대측은 “아직 잘 모르겠다.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고, 한나라당측은 “지금의 여야 상황에서 덜컥 만나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물론 여야 영수가 만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연초의 회담처럼 서로 얼굴만 붉히고 헤어지는 만남이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반드시 만나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미국의 부시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김대통령이 구상했던 ‘남북 평화선언’에도 거부감을 분명히 했다. 남북문제는 단순히 한미간 이견 조정에 그치는 외교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남한 사회 전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국내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마땅히 야당총재를 만나 미국 새 행정부의 대북 시각에서부터 회담 과정 및 향후 대책 등에 이르기까지 충분히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한편 야당측의 비판도 수렴해야 한다.

이회창총재는 평소 대북 외교문제 등에 대해서는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렇다면 여야 영수의 만남을 기피할 이유가 없다. 만나서 남북문제부터라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거기에서 우리 사회를 갈라놓고 있는 듯한 남남(南南) 갈등과 적대적 불신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합의를 모색해야 한다.

김대통령과 이총재는 지난해 10월9일 영수회담에서 두 달에 한 번꼴로 만나기로 국민에게 약속했다. 이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만나서 남북문제는 물론 실업대란과 심각한 교육 위기, 재정파탄에 몰린 의료보험, 치솟는 월세 등 민생현안에 대해 함께 걱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 눈에 여권은 이른바 ‘반창(反昌)연대’를 위한 인위적 정계개편이니, ‘영남후보론’이니 하며 정권재창출 방안에 골몰하고, 야당 역시 그 대응책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비칠 뿐이다. 따지고 보면 여야 영수회담의 걸림돌 역시 정파적 이해와 차기 대권전략에 따른 서로간 불신과 외면이 아닌가.

이래서는 안된다. 여야 영수는 가급적 빨리 만나 남북문제와 사회갈등, 민생불안에 대한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대권싸움은 그 다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