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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언론-전문가전망]"부시 외교정책 대폭수정 어렵다"

입력 | 2001-03-12 18:33:00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힘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외교 노선을 천명했으나 현실적인 제약에 따라 점차 빌 클린턴 전대통령 시절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기존의 외교정책을 대폭 수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미국에서 힘을 얻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지는 11일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대통령 선거 기간에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과 같은 독재자에게 강경히 대응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분명한 미국식 국제주의’를 표방했으나 지금까지 부시의 외교정책팀은 대체로 클린턴 행정부가 중단한 곳에서 (외교를) 시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외교정책)’의 제임스 기브니 편집장도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등 몇몇 문제를 제외하면 부시 행정부는 자신들이 차별화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7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표명하고 북한과의 대화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북정책은 클린턴 행정부의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미국의 저명한 동아시아 전문가인 로버트 스칼라피노 버클리대 명예교수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회견에서 “길게 볼 때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클린턴 행정부 때와 비교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대선 기간 중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가 아닌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으나 클린턴 행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지지하는 한편 두 개의 중국 및 대만의 독립과 국가주권을 요구하는 국제기구 가입에 반대하는 ‘3불(3 No)’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이라크에 대한 정책도 대동소이하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영국과 함께 이라크의 레이더 시설 등을 폭격하는 등 일견 강경한 자세를 보였지만 이라크에 대한 제재를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후세인 대통령의 축출을 모색한다는 정책목표는 역시 클린턴 행정부 때와 같은 것으로 평가된다.

샌디 버거 전 백악관안보담당보좌관은 “모든 새 행정부는 전임자의 정책을 검토한 뒤 참신하고 독자적인 결론을 내리고 싶어하지만 미국의 국익과 제약은 변하지 않는다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며 “이에 따라 새 행정부는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는 훨씬 좁은 선택의 범위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