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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로버트김 부인 "남편 사면을… 매일 새벽기도"

입력 | 2001-03-05 18:35:00


로버트 김씨의 부인 장명희(張明熙·58)씨는 워싱턴 근교에 있는 한 한인교회의 새벽 기도에 참석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가 기도에서 간구하는 것은 오직 하나. 하루 빨리 남편이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교회에서 장씨를 만났다.

―96년 김선생이 구속된 직후 김영삼(金泳三) 당시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지와의 회견에서 한국정부가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혔는데….

“정말 섭섭했어요. 제 남편은 조국을 위해 그런 일을 했는데…. 솔직히 서운했습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97년 대선 후보 자격으로 방미했을 때는 뭐라고 하던가요.

“저희 문제를 잘 알고 계셨어요. 참 안타깝다고 하시면서 도와주고 싶지만 당시로선 그럴 힘이 없어서 안됐다는 말씀을 하셨지요. 그래서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도움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면회는 자주 가십니까.

“거의 매주 토요일에 갑니다. 주로 집안 얘기를 하고 지난일도 되돌아보곤 해요. 남편은 집안 가전제품의 필터 교환시기와 화초에 비료 주는 것 등을 잊지 않고 얘기해줄 만큼 자상합니다. 남편을 면회하는 것이 저의 유일한 낙이고 기쁨입니다.”

―남편께서 부친 걱정을 많이 하시던데….

“시아버님(김상영 전의원·87)께서는 현재 서울의 양로원에서 요양 중이십니다. 무척 정정하셨는데 제 남편의 수감에 충격을 받아 건강이 나빠지셨어요. 이젠 분별력도 예전 같지 않으시지만 요즘도 저와 통화할 때는 ‘왜 아범이 아직 풀려나지 않느냐’고 걱정을 하십니다.”

―남편에게 정보제공을 요청했던 백동일(白東一) 예비역 대령과는 연락이 됩니까.

“한 2년쯤 전에 그분이 제게 미안하다고 하는 서신을 인편으로 보내온 게 유일한 접촉이었어요. 남편 구속 후 그분도 한국으로 돌아가 바로 예편했고, 그 후 무슨 일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최근엔 아예 직장생활을 그만두게 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분도 한국을 위해 정보를 요구했을 텐데…. 참 안됐고…. 저희도 미안하네요.”

eligius@donga.com

▼'로버트김 닮은 꼴' 유대계 조너선 폴라드▼

조너선 폴라드(48). 유대계로 미국 해군정보국의 정보분석가였던 폴라드씨는 이스라엘에 군사기밀 1000여건을 넘겨준 혐의로 85년 체포돼 무기징역을 살고 있다.

그는 로버트 김씨에 대한 한국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곧잘 떠올리는 인물이다. 폴라드씨의 석방을 위해 이스라엘 정부와 미국의 유대계 단체들이 벌여온 열성적인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79년 미 해군에 들어간 폴라드씨는 미 첩보위성이 촬영한 중동의 군사시설에 대한 극비 사진과 미국 스파이의 활동 자료 등 중대한 정보들을 이스라엘에 건넸고 5만달러까지 받았다. 로버트 김씨가 한국에 전달한 ‘사소한’ 정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엄청난 기밀을 넘긴 것이다.

그런데도 폴라드씨가 구속되자 이스라엘 정부는 그에게 이스라엘 국적을 부여하고 자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후 총리가 바뀔 때마다 미 대통령에게 폴라드씨의 사면을 요청하는 게 관례가 됐다. 미국내 유대계 단체들은 지난해 힐러리 클린턴 여사가 상원 선거에 나섰을 때 거의 매일 폴라드씨 석방 시위를 벌였다.

99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중동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에게 폴라드씨를 풀어주지 않으면 협정에 서명할 수 없다고 버티기도 했다. 네타냐후는 복역중인 폴라드씨에게 친필의 편지를 보내 “이스라엘은 당신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