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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황호택/인명피해 제로

입력 | 2001-03-05 18:27:00


1월 26일 인도에서 리히터 규모 7.9의 지진이 일어나 1만9000명의 사망자를 냈다. 개발붐을 타고 마구 지은 부실건물이 피해를 키워 인도의 지진은 천재(天災)와 인재(人災)의 합작품이라는 말이 나온다. 엘살바도르에서도 올들어 수차례의 지진으로 1200명의 인명 피해를 기록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리히터 규모 6.8의 지진이 캐나다와 접경한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을 덮쳤다. 시애틀 지진은 국경 너머 캐나다에서 느껴질 정도였으나 단 한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시애틀 지진의 가장 큰 뉴스는 뉴스가 없다는 것이다. 지진 와중에 할머니 한 명이 죽었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심장마비였다. 지진이 잦은 태평양 연안에 자리한 워싱턴 주에서는 한해 평균 지진이 1000번 가량 발생한다. 시애틀시는 90년 이후 300여개의 교량, 고속도로 건물 등을 보강하느라 수억달러를 쏟아부었는데 이번에 투자비용을 모두 회수한 셈이다. 도로 교량 건물 긴급의료망 등 사회 인프라의 우수성이 강진 피해 사망자 제로의 경이적인 성과를 이룩한 것이다.

▷지진학자들은 시애틀 지진이 지하 53㎞ 깊이에서 발생해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엄청난 사망자를 낸 인도 엘살바도르 지진과 사망자가 전혀 없는 시애틀 지진의 차이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다. 지구 구조와 지진 발생 원인은 많은 부분이 아직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지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란 없다. 내진(耐震)을 위해 투자한 돈과 땀에 의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뿐이다.

▷한국인들은 지진의 안전지대에 산다는 자기만족에 빠져 있다. 재난에 가장 취약한 것이 바로 자기만족이다. 기상대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매년 20∼30차례 미진이 발생한다. 지진이 아니더라도 멀쩡한 다리와 백화점이 무너지는 나라다. 주택가 도로는 무단주차 차량으로 가로막혀 화재시 소방차 접근이 어렵다. 서울 홍제동 화재 현장에서는 무너지는 건물에 깔려 꽃같은 젊은 소방관 6명이 사망했다. 작은 재난의 인명피해가 강진이 발생한 도시보다 더 크니 우리의 사회 인프라는 인도와 엘살바도르 수준이다.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