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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연의 TV읽기]KBS1

입력 | 2001-01-08 18:48:00


금요일 밤 10시 KBS1 TV에서 방영되는 ‘도올의 논어이야기’는 KBS로서는 공영방송의 공익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프로는 높은 시청율을 확보했을 뿐아니라, 세간에 난데없는 ‘공자 심드롬’을 낳았을 만큼 대단히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문화상품이 됐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비결은 제작자가 스스로 ‘지적 엔터테인먼트’라고 말했던, 바로 지식을 상품화하는 ‘미디어 효과’에 있다.

도올의 강의는 일단 화려하고 폭이 크다. 그는 논어 원본을 강독하면서도 끝임없이 다른 이야기들을 접합시킨다. 공자와 다른 철학세계를 가진 노자와 장자가 접목되는가 하면, 우리의 동학사상까지 이야기의 중요한 반열에 올려진다. ‘인’에 대해 강의할 때는 난데없이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론 해설이 시간의 절반을 차지한다.

6일에 방영되었던 ‘인류문명사, 어떻게 볼까?’ 도 논어이야기와는 무관하게 동서문명사에 대한 도올 특유의 진단과 전망을 보여주었다.

짧게 깍은 머리에 검은 두루마기, 변함없는 흑판과 백묵, 특유의 쉰 목소리로 열변을 토하는 몸짓, 쉼없이 넘나드는 영어와 중국어 해설, 그리고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전문용어들의 나열. 제작진은 도올의 지적 카리스마를 배가시키기 위해 적절한 자막해설과 연관된 자료화면들을 정성껏 편집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구한다.

도올의 고전읽기는 공자의 사상을 ‘가족주의’ ‘가부장주의’라는 편협한 시각으로부터 건져내어 보편적인 인류애로 재해석하려는 나름의 진지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고전읽기의 미덕은 도올의 지나친 ‘지적 나르시시즘’에 의해 그 효과를 배가시키지 못한다. 그의 해설에는 시대를 색다르게 읽는 독특한 주장도 있지만, 도식적인 일반화의 한계도 드러난다.

그런데 문제는 미디어가 도올의 뜨거운 강의에 ‘지적 엔터테인먼트’라는 기름을 부어버린다는 점이다. 미디어 효과는 그래서 원하든 원치않든 도올을 시대의 스승으로 ‘옹립’한다. 논어의 원본을 소리내어 강독하고 진지한 자세로 도올의 열강을 듣는 방청객과 시청자들이 도덕성 회복을 위한 메시지를 찾다가 혹시나 특정한 허구 이데올로기를 생산하는 미디어의 주문에 걸리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문화평론가)

sangyeun@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