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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서울시 고교불평등 논란

입력 | 2001-01-05 18:45:00


“서울 강북지역은 고교생들이 한 반에 50명 넘게 모여있고 강남지역은 40명에도 못미치니 서울이 고교 평준화 지역 맞습니까?”

학급당 학생 수는 교사들의 학생들에 대한 개별 지도 및 수행 평가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교육 환경의 가장 중요한 척도다. 교사가 적은 수의 학생을 가르칠수록 학생 개개인에게 더 많은 신경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개별지도등 '교육의 질' 격차▼

그러나 서울에서 지역간 교육환경 격차가 커지자 경복 동성 중앙 용산고 등 과밀 학급이 많은 고교 학부모와 교사들은 최근 유인종(劉仁鍾)서울시교육감에게 고교 신입생 배정방식의 개선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발송하고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황〓2000학년도 서울 고교의 학급 당 학생 수는 평균 43명이다.

남학생은 전체 11개 학군 가운데 강남 동작 서부 중부 등 4개 학군은 38∼39명 수준이지만 동부 북부 성동 성북 학군 등 서울 동북부지역은 48명으로 과밀현상을 보이고 있다.

‘선 지원 후 추첨제’인 중부학군에서 동성 용산 경복 중앙고 등은 48명이고 환일 대신고 등은 38명이어서 같은 학군이라도 학교별로 큰 차이가 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동성 경복 중앙 용산고 등은 50명을 웃도는 학급이 상당수다.

여학생도 학군간 40∼48명으로 편차를 보이고 있다. 강남 동작학군이 40명으로 가장 낮고 동부 성북 북부 강서 학군이 48명으로 가장 높다.

▼'근거리 배정탓 불가피'▼

▽배정원칙〓시교육청은 통학거리를 고려해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근거리 배정’하고 동일 학군에서 대상자가 모집인원보다 많으면 인근 학군으로 배정한다.

선 지원 학군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희망을 우선해 배정하고 있다. 이들 학군은 시교육청의 정책에 따라 ‘교육환경’보다 ‘수용능력’에 따라 최대한 많은 학생을 받아들이고 있다. 시교육청이 ‘민원 줄이기’에만 신경을 쓰는 탓이다.

시교육청은 집에서 먼 거리에 있는 학교를 배정하면 민원이 제기된다는 이유로 98학년도부터 ‘근거리 배정’을 우선했다. 특히 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위험한 한강다리’를 건너 통학하는 학생을 없앴다.

▽교육 불평등〓‘선 지원 후 추첨제’ 고교 학부모들은 “교육환경보다 통학거리를 우선시할 학부모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시교육청의 배정원칙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학부모 김연수(金連洙)씨는 “아들을 선 지원 고교에 입학시켰는데 ‘콩나물 교실’이란 걸 뒤늦게 알게 돼 속았다는 기분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복고 김병연(金炳淵)교사는 “학급당 인원이 많을수록 교육의 품질이 떨어지게 마련이다”면서 “현재와 같은 학생 배정은 행정 편의주의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동성고 김호진(金昊震)교사는 “한때 강남지역의 넘치는 학생들을 강북지역에 배정했다”면서 “강북지역 학생을 강남지역에 배정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 "콩나물교실 분통"▼

▽원인 및 전망〓시교육청은 인구가 급증한 강북지역에서 과밀학급 현상은 불가피하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는 시교육청의 잘못된 정책의 결과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강북지역 인구가 늘어날 때 학생 수급 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90년대 초까지 강북지역 고교를 강남지역으로 이전시키는 사업을 추진하는 등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을 폈다.

시교육청은 내년에 도봉고(도봉구 창동), 2003년에 누원고(도봉구 도봉동) 쌍문고(도봉구 쌍문동) 성수고(성동구 성수동) 등이 신설되면 불평등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고교 배정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미 크게 벌어진 지역간 교육 격차를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