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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주가/상한가]'세계의 경제대통령' 그린스펀

입력 | 2001-01-04 16:34:00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전세계 증권가에 '그린스펀 효과'라는 말을 유행시킨 장본인이다. 그의 말 한마디에 전세계 주가가 춤을 춘다.

96년 포천지는 그린스펀 의장이 빌 클린턴 대통령보다 경제에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뒤늦게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부시도 지난 12월18일 워싱턴 방문 때 그린스펀을 찾아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세계의 경제대통령' '금융시장의 신' '세계경제의 구원투수' '세치 혀의 마술사'….

4일 전세계 증시는 그린스펀을 따라붙는 이 현란한 수식어가 과장이 아니었음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미국 FRB가 기습적인 금리인하 조치를 단행하자, 나스닥은 사상최대의 폭등을 기록했고, 이에 힘입어 한국증시도 오랫만에 폭등장세를 연출했다.

종합주가지수 36.59P, 코스닥 4.61P 폭등. 상한가 134개를 비롯해 대부분의 종목이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하락 종목은 64개에 그친 그야말로 폭등장세. 이 정도면 '그린스펀 효과'라는 말을 믿지 않을 수 없다.

그린스펀은 1987년 6월부터 14년째 FRB의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미국 대통령은 4명이나 바뀌었다. '직업이 FRB의장'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들릴 정도다.

그린스펀은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직설적인 표현도 좀처럼 쓰지 않는다. 경기가 너무 과열됐다고 판단하면 "이제 파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때" 라고 지적할 뿐. 그런데도 그의 말에 힘이 실리는 건, 그의 경기 판단이 정확하고 일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식시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지만, 주식투자는 손도 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자산은 전부 채권에 몰려있다. 이것 역시 그의 말에 힘을 실어주는 한 요인이다.

얼마전 모 청와대수석이 "1~2개월내에 문닫을 금고가 3,4곳 더 있다"는 말을 무심코 해 금융혼란을 불러 온 적이 있다. 한 나라의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는 해 선 안될 말이었다.

"그린스펀 같은 정책당국자가 한 명만 있었다면…" 이런 바램이 더욱 깊어지는 새해다.

최용석/ 동아닷컴기자 duck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