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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후 은행합병 성적표]정부주도는 대부분 실패작

입력 | 2000-12-24 18:24:00


합병은 부실은행 정리와 우량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에서 자주 이용된다. 국내에서도 외환위기 이후 몇 차례 합병이 이뤄졌다. 목적은 대부분 부실은행의 정리. 그러나 정부가 주도한 합병은 대부분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사자간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합병 후 직원 및 점포정리나 화학적 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부실은행을 우량은행에 계약이전시키는 P&A는 상대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을 닫은 은행들의 임직원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는 등 많은 희생을 치렀지만 부실은행 정리가 제대로 이뤄졌다는 점에서다.

22일 전격적으로 발표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우량은행간 합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물론 지점장과 차장 등 간부들까지 합병에 반대하고 있어 성공 여부를 점치기는 아직 불투명한 실정이다.

합병과 P&A, 해외매각과 위탁경영 등 지난 2년여 동안 이루어진 은행 정리 상황을 정리한다.

▽한빛은행(상업┼한일)〓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98년 7월 합병을 선언했다. 97년 말에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총자산은 각각 48조5524억원과 53조8536억원. 두 은행은 99년 1월에 한빛은행으로 출범할 때 총자산이 102조원으로 국내 최대를 자랑했다. 규모가 비슷했던 두 은행은 1 대 1 대등합병을 택했다. 부실채권 정리와 증자 지원을 위해 정부에 7조∼8조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빛은행은 출범 이후 부실은행간 합병이라는 고객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상업 한일은행 출신 사이에 알력도 적지 않았다. 대우그룹과 삼성자동차 등 주거래 대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면서 자산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합병된 지 2년도 못돼 공적자금으로 보충받은 자본금마저 몽땅 까먹고 말았다.

▽하나은행(하나┼보람)〓상업┼한일은행 합병 추진에 자극을 받아 하나은행과 보람은행이 98년 9월 선도은행의 기치를 내걸고 자발적으로 합병을 선언. 두 은행은 대등합병 방식을 택했으나 존속법인은 하나은행으로 하기로 해 보람은행의 간판이 내려졌다. 합병으로 과감한 비용 절감, 고객 증가에 따른 이익 증대 및 조직과 점포의 통합 등으로 창출되는 시너지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한빛 조흥 외환은행 등 선발은행의 부진에 힘입어 우량은행으로서 입지를 굳히면서 합병의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국민은행(국민┼장기신용)〓국민이 장기신용을 흡수한 합병 사례. 국민은 가계금융부문에서, 장기신용은 기업금융부문에서 앞서 있어 시너지효과도 있었다. 다윗과 골리앗으로 비교되는 장기신용과 국민의 합병은 결국 장기신용 출신 대부분이 국민 직원의 텃세를 버티지 못하고 은행을 떠났다. 그 후 국민은 다른 은행들로부터 ‘합병기피 1호’로 대접받고 있다.

▽조흥은행(조흥┼강원┼충북)〓적당한 파트너를 찾지 못한 조흥은행은 강원┼충북의 지방은행과 충북투자금융을 한데 묶는 승부수를 던졌다. 워크아웃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출자전환으로 주식시장이 좋았을 때는 상당히 성공한 듯했다. 그러나 쌍용양회 등 주요 거래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독자생존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hcs@donga.com